요양 중

올 시월부터 탈진 증상이 나왔다.
그동안은 비신자와 만남을 하거나 모임을 해도 길면 두 시간이면 끝났는데, 올해는 봄부터 대여섯 시간이 보통이었다.
매해 여름에는 더위를 핑계로 방학을 했었는데 올해는 폭염 중에도 방학 없이 진행했다.
게다가 7월부터 (사)부산생명돌봄국민운동 사무총장까지 맡으며 업무가 가중됐기 때문이다.
밤에 가슴이 답답해지고,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새벽까지 뜬눈으로 지새는 날이 생기기 시작했다.

1월 1일 밤 둥지 청소년들과의 모임을 마지막으로 모든 모임을 중단했다.
왼쪽 눈에 실핏줄이 터져서 내가 보기에도 섬뜩할 정도로 빨간 눈이 되었다.
안과에 가서 검사를 했더니 의사가 “신경을 너무 많이 쓰셨나봐요.”라고 했다.
너무 피곤하면 코피가 나는 것처럼 눈에서 실핏줄이 터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두 주 정도 지나면 저절로 없어질 건데 그래도 없어지지 않으면 다시 오라고 했다.
그때부터 두 주 정도 정말 무기력하게 누워있었다.
매일 반복되는 긴장이 풀어진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그래도 회복이 여의치 않아서 13년 전 공황장애로 요양을 왔던 제주 서귀포에서 1월 마지막 주간부터 요양을 하고 있다.
감사하게도 낮은울타리 식구들이 내 건강을 걱정하며 2월 말까지 방학을 하자고 해주었고, 가족들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도록 배려해 준 덕분이다.
첫 사흘은 몸과 마음의 디톡스를 위해 금식을 했다.
그리고 현재 근처를 걸어다니며 햇빛을 쬐고 바람을 쐬고 있는 중이다.
설 명절을 앞두고 돌아갈 계획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깨닫는다.
열심이 결코 안식을 대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