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의 방(4)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으로 신학교 동기 목사님들과 함께 유럽을 방문했다.
각설하고 그중 마르틴 루터가 종교재판에서 유죄로 교황에 의해 파문을 당했다.
죽음에 내몰리게 된 루터를 작센 지방의 선제후인 프리드리히가 납치하여 바르트부르크 성에 머물게 하며 약 2년간 보호했다.

루터는 수염을 기르는 등 외모도 다르게 하고, 이름도 융커 외르크라는 가명을 썼다.
아래 엽서에 나오는 작은 방에서 거의 칩거하면서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했다.

루터와 작은 방과 성경을 홀로그램으로 처리한 바르트부르크 성 기념엽서를 넣은 액자 [사진 강신욱]

믿음으로 종교개혁을 시작했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그가 책상 하나, 침대 하나 밖에 없는 좁은 방에서 칩거하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가끔 짐작해 본다.
루터에게 얼마나 고뇌와 시험이 많았으면 시커먼 사탄을 홀로그램 위에 그렸을까?

루터의 형편에 비하면 나는 너무 행복하지만 가끔씩 루터의 방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여느 목사들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 나는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기만 하면 바로 보이는 이 그림엽서를 본다.
그리고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