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군사정권 시절에는 대학교 정문에서 백골단이 불심검문과 가방 수색을 하기도 했다.
그 때 마르크스나 레닌의 이름이 붙은 소위 불온서적을 소지했다가 가방에서 나오면 봉변을 당했다.
나는 불온서적과는 관계가 멀었지만, 간혹 친구들 중 수배 대상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안타깝고 답답했다.
사상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된 인권이고, 대학에서는 학문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건만 그러지 못했던 씁쓸한 시대였다.
서울에서 학교 다니던 친구가 겪었던 이야기이다.
대학 정문에서 백골단의 불심검문 대상이 되었다.
백골단이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저자 이름이 눈으로 읽기도 어려운 ‘블라디미르 일리치 울리아노프’였다.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예프스키같은 소설가 느낌이지만, 실은 필명 ‘레닌’의 본명이다.
친구는 간이 콩알만 해졌으나, 백골단의 일성은 “수고하십시오”였다.
잘 알려진 가명이 아닌 생소한 본명 덕분에 친구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똑같은 시대의 청년이었던 백골단도 ‘마르크스’나 ‘레닌’의 이름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안도했을지 모를 일이다.
기독교인이야 본명을 쓰면 됐지 무슨 가명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종교개혁자들은 박해를 받고 피신할 때 가명을 사용했다.
루터의 가명은 ‘융커 외르크’
칼빈의 가명은 ‘샤를레 데스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