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 80이 넘은 어르신이 계신다.
긴 세월 신앙생활을 해오신 분이니 웬만하면 그 나이 분들처럼 대면예배를 원하신다.
그러나 거동이 너무 불편하셔서 대면예배에 참석할 수가 없다.
어느 날 그 어르신이 교구 담당 목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안부를 묻더니 담임목사가 안부를 궁금해 한다며 전화달라고 했단다.
난 화가 났다.
한참 나이 많은 성도가 작년에 넘어져서 크게 다치고, 몇 달간 병원 치료를 받고, 치료를 마치고 반 년이 되도록 심방은 고사하고 연락 한 번 없었다.
그런데 기껏 부목사를 통해 한다는 소리가 궁금하니 전화하라고 했다니.
그렇게 성도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고, 궁금하고, 그동안 심방은 고사하고 연락도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자기가 직접 먼저 전화해야 옳다.
그게 목사다.
어디서 대기업 CEO 코스프레 짓인가?
성도를 먼저 전화 올려야 하는 아래 것으로 보는 것인가?
어디서 조선시대 벼슬아치 코스프레 짓인가?
전화해도 비서가 받고, 잘 받지도 않을 거면서.
내게 목회를 가르쳐 주신 김태권 목사님은 그러지 않으셨다.
교회 사무실로 전화가 오면 김 목사님은 꼭 직접 전화를 걸어 통화하셨다.
“제가 연락해서 내용을 전달할까요?” 여쭐 때마다 “목사가 그러면 안됩니다. 내 전화번호가 무슨 비밀이라고”라며 당신이 직접 연락하셨다.
그런 모습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그래서 나도 배운 대로 그렇게 했다.
내게 연락을 준 외부인이나 문득 안부가 궁금한 성도나 챙겨야 되겠다 싶은 성도가 있으면 그냥 내 폰으로 전화했다.
그게 교회가 동사무소와는 다른 최소한의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종종 자기 번호를 공개하지 않는 목사를 본다.
특히 대형교회 담임목사들.
당연히 자기 전화로 성도에게 전화하지 않는다.
아마 핵심멤버(?)라고 생각되는 교인들에게는 직접 할 것이다.
그러나 병들고 나이들고 돈없는 성도에게는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신비주의 전략을 쓴다.
순진한 성도에게는 중세시절 교황 코스프레를 한다.
도대체 목사가 무슨 거창하고 복잡한 일을 그리 많이 하길래 비서까지 둔단 말인가.
그게 정말 목사가 할 일이 맞을까?
각 부서마다 결재서류를 들고 회장님 사무실 앞에서 기다리는 것과 비슷한 장면이 교회에서도 있는데, 이걸 성공한 목회라고 보는 사람들이 있으니 더 문제다.
이런 목사들은 왕년에는 예수님을 만난 적이 있는 지 모르겠으나 특히 대형교회 담임이 된 이후로는 그러지 못한 것 같다.
대형교회 담임목사 입장에선 예수님이 얼마나 껄끄러운 면담 상대일 것인가.
아마 비서를 통해 “선약이 있어서 안되겠습니다” 했을 것 같다.
최근에 예수님을 뵌 적이 있다면 목사답게 하지 못한 것에 대해 꾸중을 들어 회개를 했을 것이고, 적어도 주님 앞에 자기가 어떤 존재인지, 어떻게 목회해야 하는지 깨달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을 만난 지 수십 년이 된 목사의 설교에 하나님의 마음이 실려 있을까?
수천 번 설교를 통해 익숙해진 이야기를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고 하는 것, 교인이 안다.
예수님을 만난 지 10년 넘은 목사가 하나님의 마음으로 목회할 수 있을까?
‘저 목사가 나를 알기나 할까?’라는 교인들 많다.
예수님을 만난 지 그렇게 오래 됐는데 예배는 제대로 드린다고 할 수 있을까?
교역자와 함께 의논하고 함께 기도하며 준비하지 않고 교역자를 아래 사람처럼 부려서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가 아닌 사람들에게 보일 만한 쇼(유튜브나 기독교TV를 통해 예배실황을 보거나 예배에 직접 참석해 본 경험이 있는 비신자의 평이다)를 만드는 것, 아는 사람은 안다.
예수 이름 팔아 장사하고, 순진한 사람들 호도하고, 자식에게 가게 물려주는 꼴이다.
목사에게 예수 제대로 믿으라고 전도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