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몰랐던 분들과의 만남

지난 5월말 어느 교회에서 주일 예배 설교를 했다.
설교자는 보통 ‘어느 교회에서 목회를 한다’고 소개하는데, 현재 나는 그런 교회가 없어 비신자를 지향하는 교회를 세우기 위해 하는 일들을 소개했다.

설교한 그 주간에 그 교회의 담임목사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 교회의 성도 중 한 사람이 해운대에 살고 있는 친한 지인이 두 명이 있는데 복음을 전하고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도록 이끌고 싶으나 거리가 너무 멀어 그렇게 하지 못하고 기도만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내가 해운대 쪽에 있다 하니 혹시 지인들과 만나줄 수 있겠냐는 문의를 받았다고 했다.
나는 좋다고 했고 내 연락처를 그 성도에게 주도록 했다.

두 주 정도 지난 후 그 성도로부터 연락이 왔다.
나는 나를 신뢰하고 친한 지인들을 만나달라고 부탁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그분들이 나를 만나려고 하는 것이 우선이니 같이 기도하자고 했다.
나는 그분들의 이름을 받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이름을 부르며 만남이 이루어지도록 기도했다.

얼마 후 그 성도로부터 연락이 왔다.
지인들이 나를 만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이지만 오랜만에 만나 식사하는 자리에서 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못해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헤어지기 직전에 불쑥 꺼냈는데 지인들이 너무 쉽게 그러자고 했다고 한다.
그 성도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음성으로 소식을 전했고, 나도 만남이 성사되어 기뻤다.
전화를 끊고 생각해 보니 이런 게 바로 기적이었다.
사실 전혀 알지도 못하는 외간 남자, 그것도 목사를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부담스러운 일인가.
그런데 별로 주저없이 흔쾌히 결정했다고 하니 내겐 기적같이 다가왔다.

하나님께서 좋은 만남이 되도록 인도해 주시길 기도하며 열흘을 보낸 후 드디어 만나게 됐다.
공교롭게도 만나기로 약속한 카페가 사람이 붐벼 자리를 옮겨야 했다.
시작이 매끄럽지 않아 염려가 됐다.

그러나 기우였다.
자리를 옮긴 곳이 사람도 드물고 조용해서 대화하가 훨씬 좋은 곳이었다.
어색한 인사를 하고 주문한 음료가 나와 마스크를 벗고 서로 자기 소개를 했다.
두 사람은 40대 평범한 주부였다.
기독교와 거리가 멀지만 기독교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을 들었다.
나도 기존의 목회를 벗어나 지금의 일을 하게 된 배경을 전했다.

그렇게 이야기가 한 시간을 훌쩍 넘겼을 때, 내가 격주로 성경공부같은 모임을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매주는 솔직히 부담스럽고 격주가 좋은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카톡방을 개설하고, 자녀양육에 대한 관심이 많은 엄마인지라 혹시 공통분모가 있을까 싶어 ‘요게벳의 노래’와 ‘이 아이들을 만나주세요’를 공유했다.

처음 만난 날은 부산도 아주 더운 날이었다.
그래도 첫 만남이라 흰색 셔츠에 얇은 네이비 자켓을 입고 갔다.
만남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가장 기온이 높은 시간이었지만 오르막길을 가볍게 구름 위를 걷듯 했다.

다음 주간에 본격적인 모임이 시작된다.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시작할지 기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