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비신자 모임

오늘 오전 비신자인 40대 여성 두 명과 모임 약속이 있었다.
전에 설교했던 교회의 집사님의 소개로 지인들을 만나게 됐다.
두 주쯤 전 처음 만나 인사를 하고 오늘 모임을 약속했다.

어제 새벽 1시 훨씬 넘어 잠들었는데 아침 6시 무렵 잠이 깼다.
아내는 좀더 자라고 했지만 오늘 모임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았다.
책상 앞에 앉아 한참 기도했다.
처음엔 그들이 쏙 빠져들 수 있는 주제와 내용을 잘 준비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기도 중 내가 그들의 영혼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걸 깨닫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하나님께서 내게는 지혜로운 언변을 주시고, 그들에게는 열린 마음을 주셔서 잘 소통하는 유익한 시간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매일 부르던 그들의 이름을 더 간절한 마음으로 부르며 기도했다.

다들 근처에 살고 있어 걸어서 약속 장소에 올 수 있다.
내가 먼저 도착해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기다렸다.
곧 두 명이 같이 들어왔다.
아무래도 만나서 같이 온 것 같다.

나 “어서 오세요. 잘 지내셨어요? 너무 덥습니다”
A “부산 너무 습하죠? 이사 오신 분들이 처음엔 이 습기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요”
나 “성장기를 보낸 곳이라 괜찮을 줄 알았더니 20년만에 와서 그런지 좀 힘드네요”
A “작년엔 장마가 길어 진짜 힘들었어요. 저는 10년이 되었는데도 적응이 안되네요”
B “제습기 없으면 순식간에 옷에 곰팡이가 쓸어요”
나 “물 먹는 하마로 안되나요?”
B “예, 제습기도 틀어야 합니다”

이런 대화로 어색함을 해소하고 있는데 다른 한 여성(C)이 들어와서 앉았다.
ABC는 서로 아는 사이였다.
C 역시 AB를 소개한 분이 일부러 자기 차로 데리고 와서 모임 장소로 밀어 넣은 것이다.
소개한 분은 오늘부터 부산에도 적용된 5인 금지 조치를 위반하지 않기 위해 동석하지 않았다.

나 “오늘 모임은 알고 오셨어요?”
C “아뇨, 오는 차 안에서 들었습니다”
나 “봉변을 당하신 느낌이겠습니다”
ABC “하하하”

그렇게 모임을 시작했다.
나는 성경을 펴는 대신 우리가 살면서 인식하는 자연과 인식하지 못하는 초자연(초월), 그리고 세상을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보도록 만든 기원전 4세기부터 시작된 헬라철학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헬라철학 전에는 동서양이 공히 자연과 초월을 나누지 않았던 것을 예를 들어 설명했다.
이어서 하나님, 천사, 마귀, 창조, 인간, 타락, 예수, 믿음 등 자연과 초월을 아우르는 기독교 신앙의 성격에 대해 한 시간 정도 말했다.

처음엔 목사가 뻔히 예상되는 성경 이야기가 아니라 자연, 초월, 철학 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좀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질문도 없었다.
언급한 내용들을 부부간의 소통이나 자녀교육과 관련지어 이야기를 덧붙였더니 대화가 이어졌다.

30분 정도의 대화 후 C에게 물었다.
나 “어떠셨어요? 갑자기 오셔서 힘들지는 않으셨나요?”
C “아뇨,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A “다음에도 또 오면 되겠네”
B “두 주 후에 같이 보자”
나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B “박수로 마칠까요?”
나 “좋죠”

다음 만남 때까지 ABC는 창세기 1장과 2장을 읽어 오기로 했고, 나는 창조와 진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기온과 습도는 높았지만 분위기가 좋았다는 생각에 마음과 발걸음은 가벼웠다.
기도할 대상이 한 명 더 늘었다.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