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셋째는 고1이다.
뮤지컬 전공으로 예고에 다니고 있다.
예술을 전공하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영화 ‘페임’에 나오는 학생들처럼 장래 직업이 될 가능성이 많은 전공을 열심히 준비해야 하고, 청소년기에 경험하고 싶은 여러 가지도 하고픈 평범한 학생이다.
뮤지컬을 전공하니 노래, 연기, 발레, 현대무용, 댄스 등을 따로 배워야 하고, 또래 아이들처럼 멋도 내고 싶고 놀고도 싶을 것이다.
그러나 목사 아빠 덕분에 최대한 검소하고 조신하게 생활하고 있다.
교회 내의 목사라는 직분이요, 사회에서 성직자라는 직업을 가진 아빠로서 그런 딸을 볼 때 미안한 마음이 많다.
며칠 전 반짝이는 눈에 미소를 머금은 셋째가 약간 콧소리를 했다.
이건 뭘 사고 싶다는 싸인이다.
그런 딸의 애교에는 전혀 버틸 생각이 없다.
흔쾌히 승락을 하고 아웃렛으로 향했다.
모든 세대가 여름에 편히 신는 신을 샀는데, 발등에 붙이는 액세서리도 사야 된단다.
아무 생각없이 그러라고 했더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
‘지비츠’라고 불린다는 액세서리는 예상 외로 비쌌다.
그렇다고 아빠 모양 빠지게 한 번 뺀 카드를 다시 넣을 수가 없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셋째는 액세서리를 신에 붙이는 일이 좀 어려운지 혼자 씨름하다가 내게 부탁했다.
선뜻 “아빠가 해줄게”라고 했지만 선뜻 되는 일이 아니었다.
인상을 쓰며 손가락 끝에 힘을 다해 딸이 정해주는 자리에 지비츠를 붙였다.
헤어스타일이 망가질 정도로 힘을 썼다.
그러나 딸이 해달라는 대로 완성한 아빠는 삐져나온 앞머리나 벌개진 손가락 끝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딸바보 미소가 그대로 나왔다.
전사 티셔츠까지 하나 더 얻어낸 딸은 내 손을 잡고 걸었다.
그냥 손을 잡은 정도가 아니라 깍지를 꼈다.
일순 ‘언젠가 어느 늑대같은 놈의 손을 이렇게 잡고 나타나겠지’에 생각이 이르러 약간 서운한 생각도 들지만 현실을 즐기기로 했다.
시간이 멈추길 바라고 싶을 정도로 행복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