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맞는 셔츠 사이즈는 100이다.
그런데 나는 목이 조이는 느낌을 너무 싫어해서 목이 넉넉한 105 사이즈를 주로 입었다.
105 사이즈를 입으면 불어난 몸집도 좀 카모플라주하는 효과도 있어 좋았다.
문제는 내 팔이 좀 짧은데 있다.
셔츠를 입으면 소매가 손등을 약간 덮는 길이어야 하는데, 손등을 지나 손가락 절반 정도까지 덮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주로 소매 단추가 두 개 있는 셔츠를 사고 안쪽 단추로 채운다.
그러지 않으면 셔츠를 빌려 입은 것 같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되고 만다.
며칠 전 셔츠를 하나 샀다.
재질이나 디자인이나 다 마음에 드는데 소매 단추가 하나 뿐이었다.
달려 있는 대로 채우니 손등을 다 덮었다.
오랜만에 바느질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바느질 함을 갖다 열고 작은 바늘과 흰 실을 골랐다.
이내 어려움에 봉착했다.
바늘귀가 흐릿해서 실을 꿸 수가 없었다.
40세 무렵 원시도 왔으나 난 여전히 근시 안경만 쓰고 있기 때문이다.
안경을 벗고 바늘과 실을 눈 가까이 갖고 와서 성공했다.
먼저 단단히 잘 붙어 있는 단추의 실을 조심스럽게 칼로 잘랐다.
그리고 눈 대중으로 단추를 안쪽 1cm로 옮겨 달았다.
너무 오랜만에 해서인지 소매 한쪽이 거의 끝나갈 무렵 단추를 뒤집어 단 것을 알게 됐다.
정성스럽고 튼튼하게 자리 잡은 실을 칼로 자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바늘귀에 실 꿰기부터.
소매가 두 개였기에 망정이지.
마치니 목과 어깨가 뻐근했다.
그래도 바느질을 성공했다는 기쁨이 더 컸다.
언제 그 셔츠를 처음 입을 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