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신자 3명과 성경공부(1)

7월부터 40대 비신자 여성 3명과 격주로 성경공부를 하는 중이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인데 이분들을 위해 오래 기도하던 분의 소개로 만나게 됐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막연하던 내게는 정말 기적같은 일이다.

3명 모두 아주 어렸을 때 교회를 다녀본 경험이 있다.
그러나 신앙심이 생기기도 전에 별로 좋지 않은 일로 떠난 후 40년 가까이 교회를 멀리했다.
3년 전 어떤 계기로 잠시 근처 교회에 참여해 본 적이 있으나 오히려 더 마음을 닫게 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다들 중학교와 초등학교 자녀들이 있으며, 아이들 잘 교육하고 키우는 것이 가장 큰 관심이며, 시간제로 남편을 돕는 일도 하고 있었다.
방학이라 아이들을 전적으로 챙겨야 하는 부담을 갖고 있다고 했다.
처음부터 그런 이야기를 하길래 나도 생면부지의 목사가 아쉬운 듯 달라붙는 인상을 주는 것이 싫었다.
복음을 믿어달라고 애걸하듯 전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여성들이 흔쾌히 성경공부를 하겠다고 하고, 같이 하자고 다른 사람을 끌고, 다음 모임 시간을 잡는 것이다.
소개한 분도 이분들이 거부하지 않고 공부를 시작하고 지속하는 것이 기적같다고 한다.

방학이라 가정마다 아이들이 집에 있다.
그건 우리 가정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사람이 많지 않은 카페에서 그것도 월요일 오전에 모인다.
10시30분부터 각자가 자기 음료를 사서 앉는다.
첫 모임 때 내가 일찍와서 자리 잡으며 그렇게 했더니 그런 식이 되어 버렸다.

성경공부니까 내가 “기도로 시작합시다”라고 하지 않는다.
비신자들에게는 어색하고 힘든 시간이니까.
기도는 모임 전에 나만 하면 된다.

오히려 처음엔 아이스브레이킹이 필요하다.
“잘 지내셨어요? 특별한 일이 있으셨어요? 휴가는 다녀오셨어요?”
서로 이런 질문을 주고 받으며 2주간이란 시간적 간격의 어색함을 해소한다.

다들 성경이나 필기구 없이 음료만 들고 앉아 있다.
내가 그러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유는 그들에게 성경이 없기도 하거니와 카페에서 성경책을 펴놓고 있는 모습 자체가 드나드는 사람에게 덕스럽지 않게 보일 수 있겠고, 매장 매니저에게도 부담을 주지 않고 싶어서였다.

아무런 교재없이 나만 이야기를 한다.
중간에 내가 묻기도 하고, 그들이 내게 반응하기도 한다.
나만 작은 메모지와 볼펜을 들고 있다가 시각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되겠다 싶을 때 간단하게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몇 자 쓰기도 한다.

늦어도 12시를 넘은 적이 없다.
어제도 계속 이야기가 이어졌지만 11시 50분에 마쳤다.
11시30분쯤 내가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하면 질문이 나오기도 하고 소감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20분 정도 대화가 이어진다.
50분에 가까우면 내가 컵을 정리한다.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기도로 시작하지 않았으니 마칠 때도 기도하지 않는다.
돌아오는 길에 나만 기도하면 된다.

오늘 아침에도 그들의 이름과 아직 한 번도 본 적 없는 남편들의 이름까지 부르며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