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폰에는 약 1000개의 전화번호가 있다.
슬쩍 보니 전에 세 살던 집 주인 번호, 그 전에 세 살던 집 주인 번호, 제주에 몇 달 요양할 때 살던 집 주인 번호도 있다.
난 뭔가 세팅한 다음에 바꾸는 걸 싫어한다.
기계치여서 그런 것도 있다.
내 번호도 예전 PCS 번호에서 앞에 010으로 바꾸면서 국 번호 앞에 2를 붙였을 뿐이니 25년째 같은 번호를 쓰는 셈이다.
그동안 삼성 폰에서 애플 폰으로 바꿨어도 일부러 번호를 삭제한 적이 없으니 번호를 바꾼 사람이거나 업무용 번호로 전화를 했다면 두세 개 저장이 된 것도 있다.
그래도 그냥 둔다.
그런데 페이스북 친구가 4400명이다.
이건 좀 아니다 싶다.
페북을 시작하며 관심있는 사람에게 친구 신청을 하기도 하고, 유익한 정보가 있는 단체나 유관기관의 계정과 친구를 맺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2018년 친구가 2000명 쯤 됐다.
소소하게 읽을 거리도 있고, 연락처를 모르거나 소식이 끊겼던 지인과 연결되는 기쁨도 누리며 나름 재밌게 활용했다.
그런데 2018년 내가 교회 담임을 사임하고 그 설교문을 올렸더니 20,30회에 그치던 ‘좋아요’가 500회가 넘고, 200회 이상 공유됐다.
그리고 몇 개월 사이에 1000명 가까운 사람이 친구 신청을 했다.
난 그 때부터 친구 신청을 거의 하지 않았다.
소통이 어려울 것 같은 외국인이나 헐벗은(?) 자매님들, 미군, 아무리 봐도 수상한 수원 출신 요가강사 등은 친구로 받지 않았다.
그래도 4400명이 됐다.
며칠 전 잠을 이루지 못할 때 4400명을 다 훑었다.
일단 얼굴 없고 내용 없는데 내가 모르는 이름이면 다 끊었다.
그 중엔 계정이 비활성화 상태라는 안내가 뜨는 것이 많았다.
한 사람이 두세 개 계정으로 친구 신청한 경우도 있어 가장 친구가 많은 계정만 남기고 삭제했다.
개인적 소통의 여지가 없는 단체나 홍보 계정도 삭제했다.
그랬더니 약 250명 줄었다.
4150명, 아직도 너무 많다.
내겐 기드온의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