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를 주었던 여유

서울 노원구 대진고등학교 정문 앞에 ‘여유’라 이름하는 카페가 있다.
친자매가 운영하는 실내 6명, 실외 4명 남짓 앉으면 가득 차는 작은 카페이다.
입지조건상 주로 동네 단골들이 찾는 곳이다.

서울광염교회에서 지내는 2년간 나는 주로 여기서 커피를 마셨다.
주로 드립 커피를 마셨는데 깊으면서도 무겁지 않아 즐겨 마셨다.

카페 여유 [사진 강신욱]

2년째 접어들며 커피보다 더 맛을 들인 것이 있다.
‘블루베리잎+사과’라는 블렌딩 티이다.
원래 과일 중 사과를 가장 좋아해서 주스 중 메뉴가 있다면 사과주스를 선택한다.
게다가 겨울에는 계피나무 조각을 넣어 주는데 그 향을 느끼며 마시는 차는 일품이다.
내가 드립커피 아니면 늘 그 티를 마셨기에 주문할 때면 “마시던 커피 주세요” 아니면 “마시던 티 주세요”라고 했다.
농담으로 “강신욱 티”라고 별명이 붙을 정도로.

블루베리잎+사과 아이스티

부산으로 이사와서 종종 그 티가 생각났다.
8월 6일 겸사겸사 서울 갈 일이 생겼다.
일부러 ‘여유’를 찾았다.
퇴근 길 교통정체가 심해 늦을 것 같아 미리 전화를 해서 내가 가는 중이고 늘 마시던 차를 마실 것이니 준비해달라고 했다.

감사하게도 두 자매는 반가이 전화를 받으며 기꺼이 차를 준비해 기다리겠노라고 했다.
보통 오후 8시에 문을 닫는데 난 20분이나 늦게 도착했다.
그동안 잘 지냈냐고 안부를 묻고 서로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단순히 티 맛이 좋아서만은 아니다.
많은 대화는 하지 않았지만 자매들과의 묘한 교감이랄까.
그것이 서울 생활에서 내게 여유가 되었는지 모른다.
그런 여유를 제공해 준 자매들에게 “나 잘 살고 있다”고 알려주고 싶었다.

여유의 두 자매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