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교회 노숙자 심야급식

동대문 지역 쪽방촌과 노숙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쉼터를 제공하는 등대교회가 있다.
등대교회는 내 합신 동기 김양옥 목사님이 2006년도에 개척한 교회이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고 300호가 넘는 쪽방촌을 가가호호 방문하며 먹을 것이 없으면 먹을 것을, 입을 것이 없으면 입을 것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말소된 주민등록을 살려 수급을 받도록 하는 일, 월세를 도와 노숙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일 등을 하며 복음을 전한다.
또 동대문 인근에 노숙자가 많은데 매주 금요일 밤 11시 30분부터 1시간 넘게 심야 급식을 실시한다.

이런 귀한 사역을 통해 등대교회는 코로나 이전 80명 넘는 인원이 예배에 참석했고, 무엇보다 복음을 듣고 노숙자나 쪽방촌에 살던 사람들이 변해 공공근로를 하고, 일정한 직업을 갖고, 임대주택에 입주하고, 십일조를 하고, 그럼에도 여전히 등대교회에 남아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고, 김 목사님에게 몰래 후원금을 갖다주며 “OO 성도가 어려운 것 같은데 돕는 데 써주세요”라고 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그런 기적의 현장에 참여하고 싶어 미리 김 목사님에게 연락을 하고 지난 8월 6일 금요일 밤 10시경 수박 5통을 사들고 등대교회에 도착했다.
김 목사님과 환담을 나누고, 11시가 되자 약 10명이 모여 급식할 음식을 챙겼다.
이들은 모두 등대교회 성도들이며 이전에 노숙자이기도 했던 사람들이다.
모두 ‘등대교회’라고 적힌 파란색 조끼를 챙겨 입고, 삶의 소망을 잃은 사람들에게 꾸준하게 전달되는 작은 양의 급식을 통해서라도 하나님의 사랑이 전해지길 함께 기도하고 동대문으로 향했다.

밤 11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고온다습한 날씨라 길거리 벤치에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많았다.
김 목사님이 앞장서서 노숙자들에게 인사하자 노숙자들도 익히 아는 눈치로 인사를 했다.
김 목사님은 “아저씨, 오늘 식사는 하셨습니까? 5번 출구 앞에 등대교회가 있습니다. 샤워를 하실 수도 있고, 빨래를 하실 수도 있고, 원하시면 같이 지내실 수도 있습니다. 언제든지 오시면 됩니다. 지금 여기 봉사하시는 분들도 다 아저씨처럼 노숙했는데 예수님 믿고 변화받아 이제 여러분들을 돕는 일도 하십니다. 오늘은 일단 준비한 음식 드시고 생각해 보십시오”라고 말했다.
김 목사님이 말하는 동안 봉사자들이 밥, 김치, 컵라면, 음료, 간식을 차례로 전달했다.
그날은 특별메뉴 수박도 있었다.

벤치에 앉은 노숙자에게 말을 건네는 김양옥 목사 [사진 강신욱]
누워있는 노숙자에게 말을 건네는 등대교회 성도
노숙자에게 전달된 뜨거운 물 넣은 컵라면, 음료, 마스크, 수박

지하철 역 안으로 들어가자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노숙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김 목사님을 알아 보고 인사를 했고, 김 목사님은 그들의 안부를 물었다.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수박을 더는 등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김 목사님은 줄을 서서 기다리는 노숙자에게 복음을 전했다.

지하철 역 안에서 복음을 전하는 김양옥 목사와 음식을 준비하는 성도들
20대로 보이는 청년 노숙자에게 인생의 희망을 전하는 김 목사와 성도들
봉사를 마치고 함께 기도하는 등대교회 성도들

급식 봉사를 마치고 등대교회당으로 돌아오니 거의 새벽 1시가 되었다.
성도들 중 몇 명은 토요일 출근을 위해 출근하지 않는 성도에게 정리를 맡기고 자리를 떠났다.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과거를 생각하며 매주 봉사를 쉬지 않는 성도들이 참 귀하다고 김 목사님은 설명했다.

이런 귀한 봉사에 함께할 수 있어 참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