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정경성(正經性)

선친이 보시던 영어 성경 [사진 강신욱]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것을 말할 때 정경성(正經性)이란 단어를 쓴다.
‘정경(正經)’은 기준, 근본원리라는 의미를 가진다.
라틴어로는 canon이다.

성경의 정경성에 대해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을 수 있다.
구약 39권, 신약 27권을 사람들이 회의를 해서 결정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하나님의 말씀인 것을 사람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인가?

역사적으로 구약 39권은 AD 90년 얌니아 회의에서, 신약 27권은 AD 397년 카르타고 회의에서 결정되었다.
이것이 마치 이 자리에서 여러 권의 고대 문서들을 망라해 놓고 사람들이 회의를 거쳐 다수결로 성경됨과 성경 되지 못함을 결정한 것처럼 오해될 수 있다.

구약이든 신약이든 그 모임에서 사람들이 그 때부터 갑자기 성경에 대해 연구하고 회의에서 그 자리에서 결정한 것이 아니다.
이미 교회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여 권위를 부여하고 있는 것을 확증하는 모임이었다.
특히 AD 313년 기독교가 공인되고, AD 391년 기독교가 국교가 되어 3세기 동안 핍박받고 지하로 숨어들었던 교회가 지상으로 나오고, 공무원이 되려면 기독교인이 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게 되면서 로마는 혼란에 빠졌다.
교회가 무엇을 믿는지, 무엇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여기는지 확증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이 일은 마치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으면 그 때부터 부모자녀관계가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낳고 기르고 사랑으로 따르는 부모자녀관계가 있었으나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음으로 대내적으로는 물론이고 대외적으로 확증하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

성경의 정경성은 얌니아회의와 카르타고회의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미 교회가 성경으로 권위를 인정하던 것을 대외적으로 확증한 모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