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 중 시편, 이사야서 다음으로 내용이 많은 예레미야서는 선지자 예레미야가 말하고 실제로는 바룩이란 사람이 기록했다(렘 45:1).
신약성경 중 구원의 교리를 기록한 아주 중요한 책으로 알려진 로마서는 사도 바울이 말하고 실제로는 더디오란 사람이 기록했다(롬 16:22).
그러나 그 책의 저자를 말할 때는 실제로 받아쓴 사람(바룩이나 더디오)이 썼다고 하지 않고 그 내용을 말한 사람(예레미야나 바울)이라고 한다.
성경은 구약 39권, 신약 27권으로 구성된 전집같은 책이고, 그 저술시기는 약 1600년, 저자는 40여 명, 저술장소는 유럽과 소아시아, 팔레스타인, 메소포타미아 유역으로 실로 방대하다.
배경이나 표현이나 문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내용이 인간을 구원하는 하나님의 사랑, 하나로 통일되어 있다.
하나님이 내용의 화자(話者)이고 선택받은 사람이 기록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기록한 성경이 어떻게 하나님의 말씀이 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신학적으로 표현한 것이 ‘성경의 영감(靈感)’이다.
기록자가 하나님의 영감을 받아 기록했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하나님이 사람을 단순히 받아 마치 받아쓰기처럼 기록하는 도구로만 사용한 ‘기계적 영감(mechanical inspiration)’이 아니라, 기록자가 먼저 하나님의 말씀에 감동받아 설복하고 그의 배경, 성격, 표현, 문체가 드러나도록 기록한 ‘유기적 영감(organical inspiration)’이다.
그래서 ‘유기적 영감’을 다른 말로 ‘축자영감(逐字靈感, verbal inspiration)’이라고 한다.
비록 사람이 기록하긴 했지만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그 사람에게 영감을 주셔서(성령의 감동) 기록한 것이므로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다.
이처럼 성령(하나님의 영)의 감동으로 기록된 성경은 단순히 문자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다만 성령의 조명(照明)으로 이해된다.
성경을 단순히 읽기만 해서는 하나님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