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식기도

선친은 중요한 일이나 문제가 있으면 금식을 하셨다.
기도원에 가시기도 했지만 집에서도 종종 하셨기에 나는 자라면서 그 모습을 보게 됐다.
나도 중요한 일이 있으면 금식을 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했는데 주로 방학 때 했다.
대학 시절엔 혼자 기도원에 갔다.
부산대학교 뒤편 금정산에 있는 가나안수양관이었다.
기도원 집회에 참석하지 않고 혼자 산에 올라가 기도했다.
특별한 기도제목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냥 거룩하게 살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목사가 되어선 수도권임에도 멀리 울주군 소재 부전기도원을 자주 이용했다.
기도에 집중하기 위해 기도원을 이용하지만 스타일이 맞지 않는 자체 집회에 꼭 참석해야 한다는 강제가 싫어 집에서 일상을 하며 하기도 했다.

금식을 하면 일단 겸손해진다.
한 끼만 못 먹어도 힘이 쭉 빠지는 나 자신을 보며 내가 뭣이라도 되는 양 까불었던 것을 깊이 반성하게 된다.
내 호흡과 맥박이 하나님께 달려 있음을 고백한다.

기도제목에 대해 초자연적인 응답을 받은 적도 있지만, 보통은 하나님 앞에서의 나를 다시 발견하고 문제를 보는 시각이 달라진 경우가 더 많다.

간절히 기도할 내용이 있어 오늘(9/23)부터 금식한다.
코로나 상황이라 집에서 일상을 살며 한다. 당연히 SNS도 절제한다.
사흘 예정이다.
닷새를 하고도 별로 힘들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한 끼만 굶었는데도 딱 죽을 것처럼 방바닥에 쓰러져 있었던 적도 있다.
이번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 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