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환자와의 만남

사흘 금식 마지막 날(9/25) 병세를 위해 기도하던 조 원장님과 만날 약속을 잡았다.
다음날인 9월 26일 아침 부산을 출발해서 안양에 갔다.
열린 문으로 들어가니 말기암으로 피골이 상접한 조 원장님이 침상에 앉아계셨다.
실은 앉아있는 것도 힘든데 내가 온다고 앉으신 것이다.

“원장님, 너무 오랜만입니다”
“예, 목사님”
손을 맞잡는 순간 목이 메었다.
원장님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말씀만으로도 감사한데 이렇게 멀리 와주시고…”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끼셨다.
“원장님이 제가 몸이 좋지 않을 때 몇 년 간 땀을 흘리면서도 제 몸을 만져 주시고 건강에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는데 당연히 와야죠”

서로 눈물을 흘리다가 “그런데 우리 원장님 얼굴 살이 빠지니까 요즘 20대 꽃미남처럼 잘생겨졌는데요” 말씀드리니 “아, 그래요?”하며 활짝 웃으신다.
옆에서 보던 부인인 최 원장님이 “그동안 웃을 일이 없었는데 이렇게 한번 웃네요”하며 같이 웃었다.

“원장님, 제가 소식 듣고 기도했고 특히 지난 사흘간 금식하며 기도할 때 조 원장님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제가 해드릴 것은 이렇게 손 잡아드리고 기도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조 원장님은 조상을 극진히 모시는 효자이다.
그것이 기독교 신앙에 반감을 가지는 큰 원인이다.
그래서 조심히 여쭈었다.
“제가 기도해 드려도 되겠습니까?”
“예”

나는 침상 앞에 무릎을 꿇고 조 원장님의 두 손을 두 손으로 잡고 기도했다.
“하나님…”이라며 입을 떼자마자 울먹이기 시작했지만 조 원장님을 불쌍히 여겨 달라고, 조 원장님의 마음을 지켜 달라고 하나님의 은혜를 구했다.
두 손을 맞잡고 기도를 마친 두 남자에게는 마음을 쏟은 눈물과 콧물이 흘러있었다.

“원장님, 병에 걸리면 아무리 옆에서 가족이 돌봐줘도 외롭고 힘듭니다.
그 때 ‘예수님, 저를 도와 주십시오’라고 하시기 바랍니다. 저를 한번 따라해 보세요”
조 원장님은 순순히 따라하셨다.

“원장님, 예수님에 대해서 심오하게 깊이 다 알지 못해도 상관없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으실 때 옆에 같이 못 박혔던 강도는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한 마디로 구원 받았습니다.
원장님도 불쌍히 여겨 달라고 하십시오”
조 원장님은 눈물을 글썽이며 그렇게 하겠노라고 했다.

떠나기 전 손을 잡은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다.
계속 두 손을 맞잡고 있었는데 내가 한 손을 빼서 위의 사진을 찍었다.

나오기 전 “한번 안겠습니다”하며 조 원장님을 껴안았다.
조 원장님도 “저도 목사님을 안겠습니다”라며 꽉 껴안았다.
나도 다시 울고 조 원장님도 울며 서로의 등을 쓰다듬었다.
부인인 최 원장님이 나중에 맘 약해지면 보겠다며 껴안고 있는 사진을 찍었다.

“또 오겠습니다” 인사하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