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신자 2명과 성경공부(6) – 계시록 12:1-6

지난 석 달 동안 비신자들과 성경을 공부하지만 나는 성경을 들고 가지 않았다.
이분들이 성경에 익숙하지 않고, 성경을 준거로 정한 마음도 없는데 성경을 근거 구절로 읽는 것이 별로 도움이 된다고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A4지를 두 번 접은 백지와 잘 나오는 볼펜 하나만 준비해서 갔다.
석 달 만에 직접 본문을 읽으며 공부를 하게 됐다.
감사하다.

성경 본문을 보려니 성경이 있어야 하는데 휴대하기에는 부피가, 구입하기에는 가격이 부담스러운 성경을 사라고 하는 것이든, 내가 성경을 선물하는 것이든 아직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
스마트폰에 성경앱을 다운받도록 했다.
자녀에게 들려주는 성경이야기 앱은 1만 원이 넘는 걸 다운 받았으면서 정작 자신을 위한 성경앱은 깔지 않고 있었다.
무료앱을 찾아서 깔도록 했다.
인터넷 환경이 좋지 않은지 다운로딩이 잘 되지 않았다.
내 앱에서 요한계시록 12장 1절부터 6절까지를 화면캡처해서 단톡방에 올려서 같이 보자고 했다.

요한계시록 12:1-6 
1  하늘에 큰 이적이 보이니 해를 옷 입은 한 여자가 있는데 그 발 아래에는 달이 있고 그 머리에는 열두 별의 관을 썼더라
2 이 여자가 아이를 배어 해산하게 되매 아파서 애를 쓰며 부르짖더라
3 하늘에 또 다른 이적이 보이니 보라 한 큰 붉은 용이 있어 머리가 일곱이요 뿔이 열이라 그 여러 머리에 일곱 왕관이 있는데
4 그 꼬리가 하늘의 별 삼분의 일을 끌어다가 땅에 던지더라 용이 해산하려는 여자 앞에서 그가 해산하면 그 아이를 삼키고자 하더니
5 여자가 아들을 낳으니 이는 장차 철장으로 만국을 다스릴 남자라 그 아이를 하나님 앞과 그 보좌 앞으로 올려가더라
6 그 여자가 광야로 도망하매 거기서 천이백육십 일 동안 그를 양육하기 위하여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곳이 있더라

일단 내가 1절부터 6절까지 낮은 음성으로 읽었다.
솔직히 성경은 어른들도, 심지어 기독교인들도 소리내어 읽기 어렵다.
한글이 표음문자인데 그냥 읽는 것이 뭐가 어렵겠냐고 의문을 갖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표현이나 내용이 일상에서 익숙한 것이 아니기 때문인지 나는 한 번도 머뭇거리거나 틀리지 않고 성경본문을 제대로 읽는 사람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심지어 목사도 갑자기 성경을 들이대고 소리내어 읽으라고 하면 최소 띄어읽기 부분에서라도 틀릴 것이다.
나이도 제법 먹고, 사회에서 지위도 있는데 성경공부 소그룹에서 본문을 버벅거리며 읽은 후로 수치심에 발을 끊은 사람을 알고 있다.
그후로 나는 교회 안에서는 아주 쉽게 여기는 “한 절씩 돌아가며 읽읍시다”에 대해 조심하는 입장이다.

“1절에 ‘이적’이 있다고 했죠? 이건 보통 ‘기적’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데, 여기서는 아닙니다. 여기서의 ‘이적’은 ‘vision’이라고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단체 같은 곳에서 ‘비전선포식’같은 걸 하잖아요? 미래에 대하여 뭔가 그림을 그려보자는 이야기죠.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이 성경을 쓰는 요한에게 뭔가를 보여주신 것입니다. 그게 뭔지 우리는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2천 년 전 사람인 요한이 보고 쓴 것으로 간접적으로 알게 됩니다”

“여자가 한 명 나오는데, 여자가 누구인지는 나중에 보고요, 일단 여자가 어떤 상태인지 보겠습니다. ‘해를 옷 입었다’고 했습니다. 고대는 신분사회입니다. 신분을 알 수 있는 가장 쉬운 것이 ‘옷’입니다. 당시엔 노예가 입는 옷, 귀족이 입는 옷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어떤 옷을 입었다는 것은 그 사람의 신분을 나타내는 것이죠. 여기의 ‘해’는 태양을 가리킵니다. 태양으로 옷을 입었다는 것은 해처럼 빛나는 영광스런 신분을 가리킵니다. 이뿐 아닙니다. 발 아래에는 달이 있고, 머리에는 열두 별의 관을 썼다고 했습니다. 성경은 종종 영광과 권세를 해, 달, 별로 표현했습니다. 이 여인이 실로 영광스럽고 권세있는 존재인 것을 나타냅니다”
“그래서 여자가 누구지요?”
“여자는 ‘교회’입니다. 다른 말로 하나님의 백성입니다”
여자가 교회라고 하니 조금 의외라는 표정이다.

“여자가 교회라니 좀 의외시죠? 억지로 맞춘 것 같죠? 그 아래 5절에 보면 여자가 아들을 낳는다고 했습니다. 그 아들은 ‘철장으로 만국을 다스릴 남자’라고 했습니다. 시편에 보면 바로 이 표현이 나옵니다. 이 사람은 바로 메시야 예수님을 가리킵니다. 요한계시록 안에서도 예수님이 직접 그 표현으로 말씀하신 부분도 있습니다”

시편 2:9
"네가 철장으로 그들을 깨뜨림이여 질그릇 같이 부수리라 하시도다"

요한계시록 2:27
"그가 철장을 가지고 그들을 다스려 질그릇 깨뜨리는 것과 같이 하리라 나도 내 아버지께 받은 것이 그러하니라"

“2절에 ‘아이를 배었다’는 것은 메시야에 대한 약속을 받았음을 의미합니다. 결국 하나님의 백성인 아브라함과 다윗의 혈통을 통해서 예수님은 이 땅에 오셨습니다. 그건 전에 말씀드렸는데 기억하시죠?”
얼른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유대인들이 아브라함과 다윗을 엄청 자랑스러워한다는 이야기를 떠올린 듯 보였다.

“6절에 ‘여자가 광야로 도망했다’고 하는 표현 때문에 이 여자를 예수님을 낳은 성모 마리아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마리아가 예수님을 출산한 후 당시 헤롯왕이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아기들을 학살한 사건이 있는데, 그전에 마리아는 천사의 고지를 듣고 예수님을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한 사건이 있습니다. 여자를 마리아로 보는 사람들은 1260일을 마리아가 이집트에서 지낸 날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여자는 성모 마리아가 아닙니다. 앞뒤 문맥의 흐름에서 갑자기 마리아가 튀어나오는 것이 어색하고요. 당시 이집트는 마리아나 아기 예수님에게는 안전한 곳이었는데 광야라고 하는 것이 맞지 않고, 6절 마지막에 ‘그를 양육하기 위해’ 했는데 남자인 예수님이 자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가 실은 ‘그녀’인 여성대명사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굳이 이집트에서 마리아를 양육할 필요가 없죠. ‘광야’는 교회가 보냄받은 ‘세상’이고, 1260일은 교회가 세상에서 보내는 날들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숫자입니다. 그동안 교회는 점점 더 성숙해질 것입니다. 처음엔 메시야가 누군지도 몰랐지만 나중에는 메시야의 복음을 알고 메시야와 같은 마음으로 복음을 전하는 존재가 됩니다. 세상은 마치 광야와도 같이 힘들기도 하지만 또한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곳이기도 합니다”

“그럼 용은 뭔가요?”
“3절에 ‘하늘에 또 다른 이적이 보인다’고 했습니다. 아까 ‘이적’이 뭐라고 했지요?”
“환상요”
“예, 요한이 또다른 환상을 본 것입니다. 크고 붉은 용을 봤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용이 아닙니다. 머리가 일곱인데 뿔이 10개랍니다. 머리에 하나씩 있으면 7개가 정상이고 우리가 아는 그림처럼 두 개씩 있으면 14개가 정상인데 10개라뇨. 그럼 어떤 머리는 뿔이 하나이고, 어떤 머리는 뿔이 두 개라는 이야기가 되지요”
“좀 이상하네요”
“이 용은 정말 그렇게 생긴 존재가 아니라 상징입니다. 요한계시록에는 예수님을 가리켜 눈이 7개라고 표현한 곳이 있습니다. 예수님이 진짜 눈이 7개인 괴물이란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보고 아신다는 의미입니다. 용이 머리가 7개라는 건 아주 지혜로운 존재라는 것이고 뿔이 10개라는 건 아주 권세가 많다는 것입니다. 왕관도 7개를 쓰고 있으니 영광도 누리고 있고요. 고대 중근동에서는 지혜와 권세와 영광을 이미지로 그렇게 표현한 것이죠. 요한은 그렇게 이해했고 요한계시록을 보는 당시 사람들도 그렇게 이해했을 것입니다”

“4절에 그 용이 꼬리로 하늘의 별 1/3을 땅으로 끌어들였다고 했습니다. 용은 타락한 영적 존재인 마귀입니다. 여기의 별이 무엇일까요? 역시 영광스럽고 권세있는 영적 존재들입니다. 그런데 타락한 영적 존재인 마귀를 따르며 귀신이 된 존재들입니다. 사람이 죽어서 구천을 떠돌면 ‘귀신’이 되는 것이 아니라 따로 ‘귀신’이라 불리는 영적인 존재가 있습니다. ‘마귀’나 ‘귀신’이라는 어감이 아주 촌스럽고 시대에 맞지 않는 것 같지만 이들은 우리 육신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을 뿐 실제로 있는 존재들입니다”
귀신 이야기가 나오니 좀 진지해지는 것 같았다.

“4절 뒷부분에 용이 여자가 해산하면 아이를 삼키려 한다고 했지요? 마귀는 교회를 통해, 곧 하나님의 백성을 통해 구원자이며 자신들을 철몽둥이로 심판할 존재인 메시야가 온다는 걸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게 누구인지는 몰랐지요. 그들에게도 그건 비밀이었습니다. 그래서 역사에 등장해서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뜻을 전하고 하나님께로 그들의 마음을 돌이키게 하려는 자들을 족족 핍박하고 죽였습니다. 구약의 많은 선지자들이 하나님의 뜻을 전하다가 많이 순교했습니다”

“그러나 5절에 있는 것처럼 예수님은 역사 속에 등장했고, 하나님의 백성을 구원하시기 위해 십자가에서 죽고 부활하신 후 승천했습니다. 하나님 앞으로 가신 것이죠. 또한 ‘보좌’라고 했는데, 이제는 예수님이 모든 것을 다스릴 권세를 얻으셨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은 성경의 다른 부분에서도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빌립보서 2:6-11
6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7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8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9 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를 지극히 높여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사
10 하늘에 있는 자들과 땅에 있는 자들과 땅 아래에 있는 자들로 모든 무릎을 예수의 이름에 꿇게 하시고
11 모든 입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 시인하여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셨느니라

교회에 다니며 이분들을 소개한 분은 “이렇게 요한계시록을 한 절씩 풀어주는 이야기는 처음 듣습니다”라며 아주 심각하고 진지하게 열심히 메모했다.
그러나 창세기든 복음서든 계시록이든 처음 듣는 2명은 환타지 소설 듣는 듯 아주 재밌는 표정으로 들었다.
“어떠셨어요? 어렵지 않으셨어요?
“전혀요, 재밌는데요”
“그러신 것 같아 보입니다 ㅎㅎ”
“이것이 성경 세계관의 일부입니다. 아래는 다음에 하겠습니다”

오늘은 같이 식사를 하면 좋겠다고 해서 모임을 한 지 석 달 만에 처음으로 식사를 했다.
주문한 음식이 차례로 나오는데 한 분이 수저를 들고 음식에 손을 대자 소개하신 분이 “원래 목사님이 기도하고 먹는 거예요”라고 했다.
수저를 들고 있는 분이 나를 보며 무척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죄송해요, 그만 음식에 먼저 손을 댔네요”라고 했다.
“아닙니다. 그냥 편하게 드세요. 편하게 먹어야 맛있지요”
“예, 감사합니다”

맛있게 먹었다.
밥이 맛있기도 했지만, 순전히 밥맛 덕분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