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할 길이 있다

노회에서 중형 규모의 한 교회가 심한 분란에 빠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지난 봄 노회 때 이명했으니 내용을 전혀 모른다.
노회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특별위원회를 만들었고, 특별위원회에서 그동안의 활동을 보고하는데, 구체적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담임목사와 장로간의 소통부재로 인한 대립이었다.
특별위원회는 양자를 만나 화해시키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상황은 담임목사나 장로 양쪽이 모두 사임을 하는 걸로 마무리되는 것 같다.
새로운 담임목사를 청빙하는 것이 이슈가 되었다.

노회 목사님들 중 몇이 내게 그 교회의 담임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현재 무임목사인데 담임목회도 제법 했으니 어려움이 있는 교회를 잘 수습할 것 같다면서.
나는 공개적으로 “저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고, 저를 위해서 추천하고 제안해 주신 것도 감사한데,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비신자들과 성경공부를 하고 있고, 그분들과 비신자들을 지향하는 교회를 세우려고 합니다”라고 답했다.

일이 있어 먼저 일어섰는데, 어떤 분이 따라나와 나를 따로 불러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그 교회의 어려움과 성도들의 마음을 전하면서.
그분이 그 교회를 생각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나는 나를 던질 수 없었다.
“처음보는 저를 그렇게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기존 교회의 목회를 하려면 부산에 내려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제가 여기와서 기존 교회의 목회를 한다면 제가 있던 남서울평촌교회 성도들의 신뢰를 깨뜨리는 일입니다. 그 교회의 사정은 안타깝지만 예비된 좋은 분이 있을 겁니다”

돌아서 나오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지난 주간 같이 성경공부를 하는 사람들에게 모임 장소를 구체적으로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는데 동시에 여러 일이 생기고 이야기가 들린다.
나도 인간인지라 솔직히 흔들릴 때도 있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싯구를 혼자 되뇌인다.
“가야할 길이 있다, 가야할 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