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울타리 2021년 10월

가장 큰 일은 둘째의 입대였다.
입영 전날 20년간 살던 안양에 가서 노랗게 탈색했던 머리카락을 다시 까맣게 염색하고 훈련병 스타일로 깎았다.
철원에 가기 전에 있는 포천 이동갈비골목에서 마지막 식사를 하고 들여보냈다.
비까지 내리는 바람에 마음이 그랬는데, 차에서 입영장정만 내릴 수 있다는 위병의 말에 운전하던 나는 마지막에 둘째를 안아보지도 못하고 들어가는 모습만 봐야만 했다.
그나마 뒷자리에 앉았던 아내가 앞자리로 이동하기 위해서라는 기지를 발휘해 둘째를 한번 안고 들여보냈다.
아내는 바로 부산으로 내려오는 차 안에서 연신 눈물을 훔쳤다.

착하다 못해 약간 4차원처럼 보이고, 패션디자인을 공부하는 둘째가 획일적 문화가 있는 군대에 적응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염려가 있었다.
감사하게도 내가 생각한 것보다 둘째는 대한민국의 건아로 잘 자라주었고 군생활을 잘 하고 있다.

둘째는 훈련소에서 한번 더 우리 부부의 심장을 놀라게 하였는데, 수색대에 지원했다는 것이다.
“억지로 시키는 것도 아니었는데 왜 다들 피하려는 거길 일부러 지원했냐?”고 물으니 “예전에 아빠가 금요기도회 인도하며 기도제목을 내실 때 북한과 평화통일을 위한 기도제목을 내셨는데, 그 때부터 그 최전선의 현장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라고 답했다.
“다음부턴 이런 결정은 아빠엄마하고 의논하면 좋겠다. 엄마가 너무 놀라셨어. 그런데 네가 그런 장한 생각을 했구나. 우리 아들 많이 컸다”

8일에 내가 소속한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합신) 부산노회 중부시찰장을 만나 내가 비신자를 지향하는 교회를 개척하려는 방향을 구체적으로 알렸다.
건물을 얻되 들어가면서 인테리어 비용, 나가면서 인테리어 원상복구 비용을 들이고도 월세가 비싸고 소음이 많은 상가대신, 내가 설교영상을 찍고 비신자와 편하게 성경공부를 할 수 있는 아파트를 얻어 주소지로 개척청원을 하고 주일 예배는 다른 교회당을 주일 오후에 빌려서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안된다고 하면 어쩌나 했는데 의외로 “다들 목회가 어렵고, 특히 부산은 더 어려워 있던 교회도 없어지는 마당에 비신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목회를 한다 하니 응원합니다. 도울 일이 있으면 말씀하세요”라는 지지를 얻었다.
하나님이 문을 열어 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

여러분이 비신자들과 어떻게 신자들도 어려운 로마서나 요한계시록을 공부할 수 있냐고 물어오는데, 비신자들에게는 어차피 쉬운 성경은 없고, 마찬가지로 특별히 더 어려운 성경도 없다.
전부 처음 듣는 이야기라 상관없다고 대답한다.

이번 달엔 아내가 건강이 좋지 않아 입원하고 요양하는 일이 있어 두 주간 정도 다른 일정을 잡을 수가 없었다.
다른 만남은 6번만 가졌다.

10월에는 낮은울타리에 32개의 글과 영상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