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 89 동창 모임

위드코로나 덕분에 법대 89 동기들을 만났다.
내 밥상에 소주와 맥주가 올려진 건 정말 오랜만이다.

테이블 위에 나란히 놓인 콜라, 소주, 맥주 [사진 강신욱]

다들 50대 중반을 향하며 만남의 소중함을 공감한다.
동창들이 풀어 놓는 교회 울타리 너머 이야기가 내게는 거의 신세계이다.

다들 모범생들답게 성실하게 살아 자리를 잘 잡았다.
7명 중 교수 1명, 금융계 1명, 사업 1명, 목사 1명, 공무원 2명, 1명은 공무원하다가 퇴직하고 법무사와 공인중개사 겸업을 하고 있다.
자식들도 차례로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대학에 보냈다.
그런데 술이 몇 병 들어가고 나니 노후 걱정이 태산이다.

한 친구가 세간에 시끄러운 부동산 개발 차익 사태가 특정 학교 사람들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다른 친구가 부동산 사업을 하는 친구에게 동창들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정보를 달라고 한다.
자신들은 어떻게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자식들에게 뭐라도 좀 해줄 수 있는 형편이 아닌 것을 답답해 하고 있다.

“아, 답답하다. 한 잔 하자” 하는 식으로 건배한다.
내가 한 마디 거들었다.
“세상이 다 그렇게 가더라도 우리는 그렇게 살지 말자. 다들 성실하게 잘 살았잖아”
모임을 주도한 친구가 말했다.
“그래, 우리에게는 중심을 잡아주는 목사님이 있어 좋다”

6시에 만나 2차까지 하니 밤 10시가 넘어 헤어졌다.
취하지는 않았지만 한 병 이상씩 마신 친구 2명이 방향이 같아 집 부근까지 태워줬다.
그중 한 명이 말했다.
“신욱이는 대학 때부터 아버지 차 몰고 다녔는데, 덕분에 나도 자주 타고 다녔다. 집에까지 편하게 왔지”
콜라만 마신 나는 기억이 없는데,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신 친구는 또렷이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