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장소를 준비하고, 인터넷까지 설치했다.
이제 우리집 내 방에 있는 책상과 영상장비를 옮겨야 한다.
문제는 기계치인 내가 이렇게 저렇게 연결된 장비를 옮겨야 되는 것이다.
내 책상 주위로 방송 프로그램을 구동시키는 노트북을 제외하고도 모니터, 아템미니, 카메라, 마이크, 조명스탠드의 선들이 마구 얽혀 있다.
사진에는 전혀 보이지 않지만 사진 아래 쪽부터 바닥까지 전선 투성이다.
이런 걸 여기 저기 척척 꽂아 연결시키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기만 하다.
1년 전 처음 설치된 후 내가 한 일은 전원플러그에 견출지를 붙여 ‘모니터’, ‘카메라’, ‘스탠드’ 등등 쓴 것밖에 없다.
자연보호 정신으로 가만히 두고, 혹시 다른 것 건드리거나, 혹시 잘못될까봐 배운 것만 반복해서 했다.
그런데 이걸 통째로 옮겨야 한다.
사실은 통째로 옮길 수 없고, 연결선을 다 뽑고 그곳에 다시 똑같이 설치해야 한다.
네임펜으로 각 접속부분 위에 ‘모니터’, ‘카메라’, ‘마이크’ 등등 작은 글씨로 썼다.
그리고 전원 플러그부터 과감하게 뽑았다.
여러 번 이사를 다니면서 본 건 있어서 투명테이프로 전선을 각 기기에 고정시켜 운반이 쉽게 만들기는 했다.
모니터에는 과일박스에서 나온 골판지를 화면 쪽에 덧대어 보호했다.
이렇게 저렇게 얽힌 선은 그대로 잘 묶어 옮긴 다음 그대로 풀면 되도록 했다.
용달 업체에 문의를 했더니 원룸 이사비용을 요구한다.
이런 걸 해보지 않았으니 시세를 알 수는 없지만 과하다는 생각에 응할 수가 없었다.
용달 하시는 분들이 책이 무거워 싫어하는 걸 알기에 책은 내가 조금씩 차로 실어 옮기기로 했다.
그러면 서랍 하나 없는 책상 하나, 틀과 선반밖에 없는 장식장 하나, 200X40 책장 세 개 뿐이다.
수십 만원은 너무 비싸 그냥 몸으로 떼우기로 했다.
승합차도 빌리고, 손도 빌려서 어떻게 해보려 한다.
해가 지고 캄캄해졌다.
오늘은 무엇을 더 할 수도 없다.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