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일몰

SNS에 새해 첫 일출의 사진이 넘친다.
바닷가에서 찍은 것도 있고, 산에 올라 찍은 것도 있다.
겨울이라 일출시간이 늦다고 해도 오전 7시 30분이고, 밤 11시에 하는 송구영신예배를 드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한해의 마지막 날 밤에 평소처럼 일찍 잠자리에 드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런데도 심한 교통 정체를 겪으면서 동해안까지 가서 찍은 사람도 있다.

전날밤 아이들에게 일출을 보러가자고 했다.
“내일 새해 첫 일출 보러 갈까?”
“아니요. 그냥 창문으로 볼래요”
“7시 30분이면 돼. 너 평소 학교 갈 때 캄캄했잖아”
“그럼 깨워주세요”
하지만 나도 어젯밤 새벽 2시까지 시계를 보고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오전 7시 30분이다.
새해 첫 해가 한참 떠오를 시간이라 일출직관은 과감히 포기했다.

그리곤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첫 일몰 사진을 찍을 생각을 했다.
나는 뭐든 남들이 많이 하는 건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새롭게 만들거나 종합하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
어떻게 보면 낮은울타리도 그런 셈이다.
내가 이 일에 전혀 마음이 없었으면 하나님이 시키지도 않으셨을 것이다.

오후 4시가 조금 넘었을 때 청사포로 내려가 미포까지 걸었다.
새해 첫날이자 첫 주말이라 사람들이 많았다.
평소처럼 속보로 걸으려면 인파 사이로 요리조리 피하며 걸어야 했다.
그렇게 미포까지 와서 평소에 가지 않던 방파제 끝까지 걸어갔다.
거기서 아래 사진을 찍었다.

미포 방파제에서 본 동백섬과 마린시티 [사진 강신욱]

오후 4시 30분쯤 해운대 바다는 시커멓게 변해 가고 윤슬은 더욱 눈부셨다.
동백섬 오른편의 마린시티에 유리로 마감된 건물들이 많아 백사장 앞(사진의 오른쪽)에 작은 윤슬과 희미한 윤슬이 각각 하나씩 생기는 장관을 봤다.

선명하게 보이는 대마도

돌아오는 길에 대마도를 찍었다.
평소에는 가운데 높은 산만 보였는데 오늘은 수평선을 거의 채우도록 대마도가 많이 보였다.
시력이 좋지도 않은 내 눈으로 보는 것만큼 사진이 살리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마지막으로 찍은 것이 아직 30분도 더 남은 일몰 사진이다.
해운대는 동해안이라 산을 넘어가는 일몰밖에 볼 수 없다.

2022년 새해 첫 일몰

사진의 오른쪽 끝은 영도이고, 그 다음은 이기대의 고층 아파트이다.
왼쪽은 용호동의 50층 넘는 고층아파트이고, 좌측 끝은 광안대교이다.
해는 광선을 사방으로 발하며 서쪽 낙동강 너머로 향한다.
해 아래쪽은 성미도 급하게 벌써부터 둥근 모양을 일그러뜨리며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

틈틈이 사진을 찍었지만 나는 머릿속으로 하나님과 대화를 했다.
“하나님, 느부갓네살도 돌아오는데 7년이나 걸렸는데, 7년이 걸린다 해도 기다리겠습니다”
사람들 속을 걸어가며 나도 모르게 ‘느부갓네살’을 여러 번 소리내어 중얼거렸다.
그렇게 새해 첫 저녁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