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때리는 그녀들

TV 예능 중 ‘골 때리는 그녀들’이란 프로그램이 있다.
배우, 가수, 모델, 코미디언 등 운동과는 좀 거리가 먼 여성들이 팀을 이뤄 축구 시합을 한다.
원래 명절의 특별 프로그램으로 만든 것인데 시청자들의 호응이 좋아 정규 프로그램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소위 골키퍼 외에는 손으로 공을 잡으면 안된다는 것조차 모르는 ‘축알못’인 사람들이기에 처음에는 몸개그가 난무하는 것으로 웃음을 줬다.
그러나 그녀들이 익숙하지 않은 운동과 규정에 힘들어 하기만 하다가 점점 태도와 눈빛이 변하며 진심으로 임하는 모습이 감동을 자아내기 시작했다.

각 팀의 감독들은 국가대표 출신이다.
이들 중 프로축구 팀 감독을 하던 사람들은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고 선수들이 작전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 얼굴을 붉히고 소리를 질렀던 사람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그녀들이 어이없는 플레이를 할 때 오히려 얼굴을 펴고 “괜찮아, 잘했어”라고 응원하고, 지고 어깨가 쳐져 들어오는 그녀들을 향해 박수를 친다.

경기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고 승점에 민감한 감독들이 여기에서는 실적을 따지지 않고 그녀들이 용기를 잃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 같다.
그녀들도 서로 격려하고, 해보자 다짐하고, 일부러 시간을 내 개인연습까지 한다.
이젠 더이상 예능이 아니다.
‘우리 아이가 변했어요’같은 성장 프로그램이 되었다.

내가 이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이유는 하나님이 감독같고, 내가 선수같기 때문이다.
결코 내게 실적을 요구하지 않으시며, 여전히 헛발질을 해대는 나를 향해 ‘괜찮아, 그럴 수도 있어, 용기를 잃지마, 또 해보자’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도 그녀들처럼 계속 성장하기를 소망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