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영상을 찍을 땐 늘 긴장된다.
일단 헤어스타일을 만들고, 셔츠를 입고, 넥타이를 매고, 자켓을 입는다.
오늘같이 두 편을 찍을 땐 셔츠와 넥타이라도 갈아 입는다.
설교원고도 미리 준비했고, 시간도 여유있고, 셔츠도 미리 다림질을 했고, 넥타이도 셔츠 색깔에 맞춰 낮은울타리 옷장에 가져다 놨다.
휴대폰은 묵음으로 해서 방 바깥에 두고 영상 송출을 시작했다.
첫번째 영상강론의 내용이 좀 따뜻한 내용이라 일부러 연분홍 셔츠에 빨간 넥타이를 맸다.
토요일 늦은 밤에 하지 않으니 눈매도 덜 처지고, 다크서클도 덜한 것 같다.
업로드 시간도 빨라 편집하는 시간도 적게 걸려 여러 모로 좋다.
두번째 영상을 위해 얼른 스카이블루 셔츠로 갈아 입고, 넥타이도 짙은 네이비 넥타이를 맸다.
하지만 늘 그렇듯 일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터졌다.
성경본문을 화면에 띄우고, 이어서 설교원고를 보는 패드의 와이파이를 끄지 않은 것이다.
막내가 전화를 했다.
화면에 전화가 오는 표시가 나왔다.
얼른 패드의 와이파이를 껐다.
내가 설교영상을 제작하는 걸 알면서도 전화를 했으니 혹시 급한 일인가 싶어 중단하고 전화를 받았다.
전혀 급한 일이 아니었다.
급한 일이 아니라 안도는 되었지만, 설교영상 만드는 것도 중단하고 전화를 받았는데 급하지 않은 일이라 평정심을 잃었다.
시간을 두고 마음을 가라앉힌 후 영상을 송출했다.
토요일밤 얼마나 많은 설교자들이 원고가 의도대로 작성되지 않든, 방송장비가 속을 썩이든 이 밤을 어렵게 보낼 것인지 헤아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