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화장실에서

요즘 깨끗해진 고속도로 휴게소 남자화장실 소변기 위에는 격언들을 붙여 놓은 경우가 많다.
교회당이나 기독교 시설 남자화장실에 가면 소변기 위에 주로 성경 구절이 적혀 있고, 심지어 신대원 화장실에는 히브리어나 헬라어가 적혀 있기도 하다.

이성적이거나 심지어 거룩하기까지한 소변기 위와는 전혀 다르게 아래는 엉망이다.
어느 화장실이든 소변기 주변엔 소변기에 들어가지 못한 오줌방울, 아니 거의 오줌줄기가 흥건하다.
당연히 모양도 좋지 않고 악취가 나서 다음 사람이 사용하기 꺼려진다.

소변기 아래는 사람쪽으로 뾰족하게 나와 있어 캠페인 문구대로 한 걸음만 다가서면 일부러 바깥을 겨냥하지 않는 한 흘릴 일이 거의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타인이 흘린 오줌을 밟기 싫어서인지 버릇인지 멀찍이 서서 질질 흘린다.
착한 변기가 받아준다는대도 거부하는 심보는 무언가?

교회당 화장실도 예외가 아니다.
소변 보기가 여의치 않은 연세 많으신 분들도 계시니 어쩌랴 싶어 그냥 넘어갔다.
그런데 예배가 비대면으로 전환되어 젊은 목사들밖에 없는데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한 소리했다.
“아니 지금 젊은 목사들밖에 없는데 소변기 옆에 흘리는 건 누굽니까?”
실제로는 농담을 섞어 더한 말도 했다.

어느 교회당 화장실 소변기 위에 성경 구절이 아닌 정호승 시인의 ‘노근이 엄마’가 붙여져 있었다.
참신했다.

내 가장 친한 친구 노근이 엄마가
지하철 역 남자 화장실 청소 일을 하신다는 것을 알고부터
나는 화장실에 갈 때마다 오줌을 깨끗하게 눈다
단 한 방울의 오줌도 변기 밖으로 흘리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노근이 엄마가
원래 변기는 더러운 게 아니다
사람이 변기를 더럽게 하는 거다
사람의 더러운 오줌을 모조리 다 받아주는
변기가 오히려 착하다
니는 변기처럼 그런 착한 사람이 되거라
하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

정호승, ‘노근이 엄마’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붙인다.
“오줌을 제대로 못누면 손이라도 제대로 씻어라”
예전에는 남자들 중 화장실 나가며 손 씻는 사람이 절반도 되지 않았다.
코로나 이후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20% 정도는 씻지 않는다.
여성들은 화장실 다녀온 남자의 손을 꼭 확인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