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의 휴가와 나의 설교 등 겸사겸사 서울 갈 일이 생겼다.
딸들은 오랜만에 서울 친구들을 만날 때 멋을 내고 싶다고 했다.
큰딸은 얼마전 엄마 코트를 물려 받았다.
막내도 코트를 입고 싶다고 했다.
지난 월요일 저녁 무렵 할인점에 갔다.
마침 겨울 옷이 들어갈 때라 더 할인을 했다.
딸들은 먼저 코트 안에 입을 짧은 치마를 샀다.
내가 이번 주간 서울이 영하 10도에 가까운 추위라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치마에 입을 니트도 샀다.
큰딸은 좀 밝은 분위기, 막내는 검은색으로 통일했다.
다른 집에 가서 막내의 코트도 샀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코트를 입고 카페와 바닷가로 사진 찍으러 가잔다.
카페가 밤 9시까지 영업인데 이미 8시가 가까이 되었음에도 딸들의 열심을 막을 수 없었다.
집에 가서 나도 코트로 갈아입고 나섰다.
먼저 엘리베이터 안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게 대문사진이다.
승용차를 이용해 카페로 갔다.
벌써 8시 20분이라 직원이 9시에 문을 닫는데 괜찮겠냐고 물어본다.
상관없다고 했다.
카페에서 코트를 입은 채 사진을 찍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센스있게 8시 55분쯤 나와 송정 바닷가로 향했다.
부산은 기온이 수도권 만큼 낮지 않아도 바닷 바람이 세게 불면 추위가 제법 매섭다.
딱 그런 밤이었다.
그런데 딸들은 신나게 사진을 찍었다.
내게 다리가 길게 보이는 사진 찍는 법을 가르쳐 주고는 자기들은 카메라 앞에서 사선으로 서서 한쪽 다리를 내 쪽으로 내밀듯 포즈를 취했다.
심지어 코트까지 벗어 내게 맡기고 백사장에서 사진을 찍었다.
문득 학창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영웅본색 때문에 한참 유행하던, 땅에 끌릴 듯한 롱코트를 입고 중절모까지 썼다.
물론 분위기 조성을 위해 아버지께 먼저 중절모를 선물하고선 나도 썼다.
돌아보니 내가 더했구나 싶다.
부전녀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