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울타리 2022년 1월

2022년 1월을 보내며 먼저 감사가 넘친다.
지난 2021년을 돌아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틀이 잡혀 있는 수도권 중형 교회에서 목회하던 사람이 아직 기존 교회나 목사님들에게도 생소한 개념인 ‘도시선교’를 하겠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장소도 끊임없이 사람들이 모이고, 나그네가 많고 상대적으로 기독교인인 비율이 높은 수도권이 아니라 이제는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는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인구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예전같지 않고 대도시 중 기독교인 비율이 6%로 가장 낮은 부산에서 시도한다는 점에서, 다들 ‘참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 ‘이게 될까?’라고 의아해 했다.

사람들의 예상대로 6개월 동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아 답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시간은 하나님께 맡기고 기다리는 연습을 하는 시간이었던 같다.
그러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수도권에 있을 때부터 계속 기도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전혀 알지도 못했고 연결될 것이라고는 예상조차 못했던 비신자들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 7월 첫주부터 두 팀의 성경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직접 감당하는 나로서는 사람의 노력으로 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알기에 하나님이 일하시는 것이 눈에 보인다.
그저 감사할 뿐이다.

또한 낮은울타리 사역을 귀하게 보고 물심양면으로 후원하고 격려해 주신 분들이 너무도 감사하다.
마치 아직 밭도 없지만 땅을 개간해서 열매를 맺게 하겠다는 농부의 말을 믿는 것처럼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아직 검증되지 않은 비신자를 지향하는 사역을 지원해 주신 분들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 어떤 때에는 심한 좌절감에 잠을 이루지 못한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보다 더 큰 믿음으로 격려해 주시는 분들의 든든한 지지 덕분에 한 해를 지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떤 분들은 전혀 모르는 분이라 개인적으로 감사인사를 한 적도 없다.
이 자리를 빌어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지난 1월 가장 의미있는 일은 1월 13일 합신교단 부산노회 임시노회에서 ‘낮은울타리교회’가 개척 허락을 받게 된 것이다.
비신자를 향한 사역을 중요하게 여기고 지난 1년간 낮은울타리를 주시한 노회 임원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덕이 컸다.
이제 본격적으로 교회로서 시작한다고 하니 또다른 부담이 생긴다.

지난 1월 6일 규장갓피플 경건회 설교를 했고, 23일 빛소금광염교회에서 설교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다른 교회에서 설교하고 싶다는 1년 전의 기도가 계속 성취되고 있다.
우리 하나님 정말 좋으신 분이다.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캄보디아에서 사역하는 백정운 선교사님이 국내 대학에 진학하는 큰 딸과 해외 대학에 합격하고 재정을 준비 중인 아들과 함께 낮은울타리를 방문했다.
백 선교사님은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2년 후배인데 참 우직하게 선교사역을 감당하는 귀한 분이다.
2년 전 코로나 광풍이 불기 전 서울광염교회에서 만났는데, 그동안 선교지에서 교회당 건축을 마쳤다.
같이 식사도 하고 관광도 하면서 그동안의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7일 백신 부스터샷을 맞고 별일 없이 지나갔다.
지인들 중에 고생한 사람들이 많아 적잖이 염려했지만 2차 때보다 더 괜찮았다.

그외에도 10건의 만남을 가졌다.
몽골에서 오랜만에 귀국해서 고향인 나주로 가는 길에 일부러 부산을 둘러 가신 선교사님,
분당에서 부산을 찾았길래 당연히 다른 볼일이 있는 줄 알았더니 그냥 나와 낮은울타리를 보고 싶었을 뿐이라며 당일 다시 올라간 목사님 등이 있었다.
몇 년간 연락이 없었던 대학 과후배가 연락이 와서 우리집과 가까운 곳에 산다고 했다.
명절 지나고 한번 만나기로 했다.

이제 매일 낮은울타리로 출근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처음엔 청소하고 설거지하는 것이 어색했지만 이젠 익숙하다.
기도상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것도 이제 편안한 마음이 들 정도이다.
새로운 일상에 적응하느라 운동을 하지 못해 약간 배가 나오게 된 건 감수할 몫이라 여긴다.

홈페이지에 평소보다 많은 48개의 글을 올렸다.
모임을 복기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나름 정리하는 유익이 있다.

명절 후엔 주일 예배를 어떻게 시작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하고,
오랜만에 연락이 된 비신자 대학 후배를 만나고,
몇 달간 만남을 지속한 고등학교 친구와 주말 성경공부 모임을 제안할 계획이다.
주님께서 순적하게 인도하시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