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작년 10월 백골부대 입대 후 첫 휴가를 나왔다.
명절을 함께 보낼 수 있어 감사했다.
첫째와 마찬가지로 둘째도 부산에서 성장기를 보내지 않았기에 친구가 없다.
첫째는 2주 휴가를 나오면 1주는 가족과 보내지만 마지막 1주는 서울로 올라가 친구들과 보낸다.
둘째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했더니 친구들이 거의 군대가서 서울에 가도 만날 친구가 없단다.
둘째는 휴가 내내 거의 집에만 있었다.
복귀 시간이 가까와지자 휴가기간 동선을 보고해야 되는 모양이다.
같이 휴가나온 장병들은 여기저기 다녔기에 좀 복잡한가 보다.
둘째는 거의 도 닦는 사람처럼 깔끔하다.
연휴 끝날이자 복귀 하루 전 보건소에서 PCR 검사를 했다.
고위험군이 아니면 신속항원검사를 하는 걸로 바뀌었지만, 휴가복귀장병은 PCR 검사를 받는다.
낮은울타리 베란다에서 보건소가 보이는데 연휴 끝날이라 다음날부터 출근하려는 시민들이 검사하려고 몰려서인지 엄청 붐볐다.
검사 후 휴가 마지막 날인데도 집에만 있는 둘째가 안쓰러워 신세계몰에 구경가자고 했다.
둘째가 보고 싶은 샵이 있었는데 연휴기간 문을 닫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둘째는 PCR 검사를 했기 때문에 집에 가만히 있어야 된단다.
솔직히 그런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내 아들이지만 참 착하고 정직하다.
일주일전 어떻게 복귀하겠느냐고 물으니 동서울터미널로 가서 와수리로 가는 게 가장 좋겠다고 했다.
SRT가 동서울터미널과 가까우니 그걸로 가야겠다고 했다.
앱에서 조회하니 티켓 여유가 많았다.
그러나 하루이틀 사이에 티켓이 다 나가고 저녁 8시 이후에만 표가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와수리까지 데려다 주게 되었다.
아침 8시 30분에 매월 첫 목요일마다 하는 어떤 회사 경건회에서 설교하고 짐을 챙겨 9시 30분에 출발했다.
시간도 그렇고, 코로나 확산세가 심하니 휴게소를 들르지 않는 것이 좋겠다 싶어 아내가 김밥과 유부초밥 도시락을 쌌다.
나는 커피와 콜라를 마셔 화장실을 가느라 휴게소에 잠깐 내렸는데 둘째는 철원까지 차에서 내리지도 않았다.
중앙고속도로로 경북 북부를 지나니 산세가 험해지고 꼭대기에 흰 눈이 쌓여있다.
설경이 반갑고 즐겨야 할텐데 오히려 심란해졌다.
차만 타면 음악을 틀던 둘째는 한번도 음악을 틀지 않았다.
원주 부근에선 도로가 해발 450미터를 지났다.
10년전에 살던 의왕에 있던 모락산과 비슷한 높이이다.
와수리 가까운 수피령에선 해발 780미터 도로를 지나갔다.
거의 관악산 높이를 넘은 것이다.
와수리에 도착하니 날씨가 심상찮다.
기온은 그리 낮지 않았으나 바람이 불어서인지 맨손으로 있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런데 둘째는 맨손이다.
내가 장갑이 없냐고 물으니 장갑은 백팩에 있지만 괜찮단다.
하나둘씩 모여드는 장병들도 모두 맨손이다.
장교로부터 저녁거리를 구입하라고 연락을 받았다.
장병들이 편의점에서 다들 비닐봉지 하나씩 들고 나온다.
둘째는 엄마표 유부초밥과 내가 사둔 바나나우유를 먹겠다고 했다.
그 와중에 확진자와 동선이 겹친 것으로 나온 장병 하나는 복귀하지 못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랐다.
장병들이 스무 명쯤 모였다.
둘째가 내 옆에 있지 않고 대오에 들어가기 위해선 내가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 맞는 것 같았다.
둘째와 사진 찍고, 한번 껴안으며 ‘하나님이 널 지키실거다. 아빠가 매일 기도한다’라고 말해주고 내가 먼저 떠났다.
나중에 부대내 격리시설에 들어간 둘째와 카톡으로 무사히 잘 귀대했다는 소식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