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학교 입학식

올해 중3인 막내는 경남 산청 소재 대안학교인 민들레학교에 다닌다.
작년 부산으로 전학와서 학교와 학생들에게 적응하지 못한 까닭이 가장 크고, 막내가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는 것보다 하고 싶고 경험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작년 2학기에 편입했기 때문에 입학식을 경험하진 못했다.
하지만 한 학기만에 막내는 선생님들은 물론이고 학생들로부터도 가장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아이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가 됐다.
물 만난 고기라고 해야할까.
아내와 나는 진작 민들레학교를 만났더라면 위의 아이들도 홈스쿨링을 하지 않고 이리로 보냈을 것이라 했다.
덕분에 막내는 학생 대표로 입학식에서 개식 선언을 하게 됐다.

민들레학교 입학식 개식선언을 하는 막내 [사진 강신욱]

‘꿈이있는건축’ 김경식 대표님이 축사를 했는데, 보통 축사하는 사람들과는 완전 달리 건축현장 인부의 복장으로 나왔다.
그리고 신입생들을 향해 ‘올해 나와 같이 진짜 살 수 있는 집을 한 채 짓자’고 했다.
기상천외한 축사를 들은 학생들은 물론이고 학부모들까지 어리둥절했다.
민들레학교는 책상에서 피상적인 지식만 주입식으로 쌓는 학교가 아니라 학생들이 최대한 실제를 경험하도록 하는 곳이다.

압권은 입학생들을 위한 선물이었다.
입학생들을 위해 선물을 주는 것도 신기했지만 이런 특색있는 학교가 어떤 선물을 줄까 입학생들 만큼이나 궁금했다.
역시 상상초월의 선물이었다.

입학생 선물인 호미와 코팅장갑

자그마치 ‘작업용 코팅장갑과 밭갈이용 호미’였다.
입학생들이나 학부모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선물을 받는 순간에도 웃지 못했다.
그게 무엇을 말하는지 아는 재학생이나 재학생의 학부모는 박수를 치며 미소를 지었다.

입학식이 끝났다고 다 끝난 것이 아니었다.
강당에서의 실내입학식이 끝났을 뿐이다.
신입생들이 기념식수를 하는 순서가 남아있었다.
작년 편입하느라 기념식수를 못했던 우리 막내도 함께했다.
김인수 교장선생님이 어떻게 나무를 심는지 가르쳐 주셨다.

나무심는 법을 가르쳐 주는 김인수(맨 우측) 교장

갑자기 곡괭이와 삽을 들게 된 신입생들의 표정이 아주 재밌었다.
그래도 한 학기 경험했던 우리 막내는 아주 태연했다.
그렇게 민들레학교 입학식이 끝났다.

알게모르게 매일 자라는 나무처럼 아이들도 산 지식을 쌓으며 그렇게 자랄 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