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의 고통

나는 2011년부터 공황장애를 앓았다.
폐소공포증과 어둠공포증이 심했다.
공황장애인 줄 모르고 1년 반을 넘게 고생하다가 나중에 공황장애라는 걸 알게 되고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받았다.

코로나로 몸이 아주 좋지 않은데 혼자만 격리하면서 재발했다.
베란다 새시를 열고 창문을 열어도 답답함이 해결되지 않고,
낮동안 베란다에서 햇볕을 쬐어도 황혼이 오면 두려움이 엄습한다.

상태가 이러니 책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TV도 재미가 없다.
예전처럼 2주간 격리하지 않는 게 어디냐고 자위하려 해도 안심이 되지 않는다.
눈이 뻑뻑하고 피곤해서 잠으로 시간을 보내려 해도 길어야 2시간이다.
밤에 깨는 게 싫어 진통제, 감기약, 안정제를 먹어도 속이 울렁거리기만 할 뿐 숙면이 되지 않아 밤마다 고통스럽다.

코로나 우울증이 심하다더니 나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나는 글이라도 쓰고, SNS에 올리고, 전화라도 하지만 그래도 힘들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자기가 얼마나 아픈지, 얼마나 외로운지 공감받지 못해 더 힘들 것 같다.

오늘 여러 통의 전화를 걸기도 하고 받기도 했다.
주로 코로나로 격리 중인 사람들과 통화를 했다.
서로의 고통을 나누고 서로 위로하고 격려했다.
전화하며 감정이 폭발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 통의 전화가 자가격리의 산소통이 됐다.
어둠이 덮쳤지만 훨씬 견딜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