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학대학원에 다닐 때 기독교 출판사로 알려진 규장의 이슬비장학회(나중에 ‘303비전장학회’로 이름을 바꿨다)의 장학금을 받았다.
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장학회인데 이름이 좀 시적이다.
장학회 대표이신 여운학 장로님이 비신자들에게 전도하되 이슬비같이 어느새 옷이 젖는 것과 같이 따뜻한 글이 적혀 있는 편지를 꾸준히 보내주는 ‘이슬비전도’를 개발하셨고, 그것이 많이 알려진 것을 알았다.
1학년 말에 학교 게시판에 선발공고가 난 것을 보고 지원해서, 졸업할 때까지 2년간 장학금을 받았다.
1학년 2학기 기말시험을 마친 12월에 장학생 지원을 하고 1차 서류전형과 2차 필기시험을 보고 3차 면접 때 여운학 장로님을 처음 뵀다.
어색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대표실의 문을 노크하고 들어섰을 때 환한 미소와 온화한 음성으로 맞아주시던 때를 어찌 잊을쏜가.
이슬비장학회는 그냥 장학금만 주는 장학회가 아니라 과제가 많았다.
일단 매달 한번씩 토요일 하루종일 정기 모임을 가졌다.
매달 두 권씩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야했다.
무엇보다 성경암송을 해야 했는데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보낸 신대원 2학년과 3학년 2년간 750절을 암송했다.
매달 약 30절 정도의 암송구절을 과제로 받았는데, 요절이 아니라 시편 1편, 마태복음 5:1-18같이 그 부분을 통째로 외는 식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달엔 누적해서 60절, 그 다음 달엔 90절이 되는 식이었다.
과제로 백지에 자신이 암송한 것을 쓰고 틀린 것은 빨간펜으로 표시를 하고, 나중에 틀리지 않은 완성본을 제출해야 했다.
이 과제는 너무 힘들어서 나중에 없어졌다.
또 중요한 것은 정기모임이다.
매달 한 번 토요일 오전 9시에 규장 사옥에 모여 예배를 하고, 오전 10시부터 점심식사 전까지 암송점검을 했다.
나는 3기였는데, 당시 총신, 장신, 침신, 서울신, 한세신, 합신 등 소위 보수적 색깔을 가진 신학교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모였다.
그래서 처음엔 다들 개인은 물론이고 학교의 자존심이 있어서 경쟁하듯 암송을 잘해왔다.
그러나 두세 달이 지나자 동지애(?)가 생겨 서로 조금씩 도와주며 암송을 하게 됐다.
긴장됐던 오전이 지나고 오후에는 독후감 발표도 하고, 각자 어떻게 사역하는지 서로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다른 교단, 다른 교회의 사역을 듣는 시간은 참 재밌고 유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