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준비

목사에게 설교는 가장 하고 싶으면서도 가장 부담스러운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이지만 수천 년 전 고대 문학인 성경을 잘 ‘해석’하는 것이 첫째이고, 내 앞에 있는 청중을 고려한 수준으로 잘 ‘전달’하는 것이 둘째이고, 자신이 설교한 대로 잘 ‘실천’하는 것이 셋째이다.
하나도 쉬운 게 없다.

나는 먼저 앞뒤 문맥을 고려해서 성경 본문을 읽고 또 읽는다.
이미 신학을 했고, 설교를 20년 넘게 했지만 설교하기 위해 성경 본문을 대하는 일은 늘 조심스럽다.
그리고 주석과 관련 서적들을 읽는다.
성경이 기록될 당시와 지금을 비교하며 그들에게 그렇게 말씀하셨던 하나님이 지금 우리에게는 말씀하시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일까 고민한다.

설교 방향이 잡히면 설교 원고를 준비한다.
나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언어적으로도 적당한 표현이 맞는지, 표준말이 맞는지, 앞에 썼던 표현과는 조금 다른 표현은 없는지, 강조하기 위한 합당한 수사법은 무엇인지 찾고, 조사까지 뉘앙스를 고려하여 설교원고를 준비하는 편이다.
한 마디로 엄청 긴장하고 신경을 쓴다.

2019년부터 2020년까지 2년간 내게 아둘람 같았던 서울광염교회의 조현삼 목사님은 그렇게 설교를 준비하는 나를 보고 “강 목사님은 설교를 마치 해산하는 것처럼 하는군요”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석 주째 설교 동영상을 올리지 못하는 변명을 하기 위함이다.
처음 코로나로 자가격리를 할 때는 속으로 ‘잘됐다. 읽고 싶었던 책이나 실컷 읽고 설교 영상이나 많이 만들어야 되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성경도 거의 읽지 못했다.
식욕부진과 수면부족으로 그냥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내 계획은 완전히 무산되었고, 기억을 더듬은 글만 겨우 쓸 수 있었다.
격리를 마친 지 2주가 지났지만 지금도 식사량은 평소의 절반 수준이고, 병원 가서 처방받은 안정제를 먹고 겨우 잠을 청하고 있다.

유튜브 구독자 수가 145명밖에 되지 않고, 조회수도 수십 회밖에 되지 않지만 내게는 너무도 소중한 한 분 한 분이다.
혹시라도 왜 새로운 영상이 올라오지 않는지 궁금해 하실 분들이 있을까봐 이렇게 장황한 변명을 늘어 놓는다.
나는 소심한 A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