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울타리 2022년 3월

시인 엘리어트는 4월이 잔인한 달이라고 했지만, 내겐 올해 3월이었다.
지난 12월부터 2월까지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편찮으신 장모님을 돌본 아내에게 휴가를 준 첫 주에 셋째가 코로나에 확진되었다.
학교에서 반 학생들 절반이 걸렸다고 한다.
딸을 방에 혼자 둘 수 없어서 그냥 같이 밥 먹고, 같이 TV를 봤다.
딸을 세심하게 돌보려 애쓰면서 내가 하는 일까지 잘 하려했더니 무리가 되었던 것 같다.
5일째 되는 날 잠을 못자고 식사를 못했었는데, 몸에 서늘한 느낌이 들더니 목이 아팠다.

3월 둘째 주간에는 내가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실은 그 주간 수요일에 첫째가 제대하기에 원래는 내가 인제 소재 부대 앞까지 데리러 가기로 했었는데 무산됐다.
대신 낮은울타리에서 독서하고 설교영상을 많이 찍어야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졌다.
그러나 수면장애와 식욕부진으로 너무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면서 10년 전 앓던 공황장애의 폐소공포증과 어둠공포증이 재발했다.
게다가 신대원 때 장학금을 주시고 암송을 가르쳐 주셨던 여운학 장로님의 소천 소식에도 꼼짝할 수 없어 울기만 했다.

셋째 주간에는 아내가 확진되어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나는 격리 해제가 되었음에도 수면과 식사가 회복되지 않아 안정제 처방을 받아야 했다.
그 와중에 아이들을 챙겨 먹여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삶의 에너지가 된 것 같다.

삶의 활력을 위해 뭔가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것 같아 8년 만에 테니스 레슨을 다시 받기 시작했다.
포핸드, 백핸드, 발리까지 배웠었는데, 남은 건 포핸드 뿐이었다.
화요일과 금요일 저녁 비록 20분이지만 헐떡이며 뛰니까 좀 나은 것 같다.

성경공부 모임은 5번 가졌고, 기업 경건회 설교를 했고, 부산 노회 전도부 주최 목사님들을 위한 비대면 세미나에서 낮은울타리 사례를 발표했다.
5건의 만남을 가졌고, 고등학교 친구들과 통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쉬운 건 설교영상을 석 주간 전혀 만들지 못했다.
설교원고 준비를 도저히 할 수 없었다.
대신 글을 44개 올렸는데, 사실 이것 역시 쉽지 않았다.

아직 후유증이 남아 있지만 몸과 마음이 힘든 중에도 이웃을 위해 살 수 있는 마음을 주셔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