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 해변

지난 12월 19일 이사하고 그동안 한 번도 해변을 걷지 못했다.
부산 답지 않게 기온이 많이 떨어진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계속 정리하느라 여유가 없었다.

며칠 모자라는 한 달만인 1월 13일 오후에 날이 조금 풀려
두 딸과 함께 송정 해변에 갔다.
해운대로 가지 않은 이유는 주차가 여의치 않아서이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송정 해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주차장에는
빈틈없이 차들로 가득차 있었다.
겨우 한 자리를 얻어 주차하고 해변을 밟았다.

먼저 우리를 맞은 것은
햇빛이 부서지는 파도와 해변의 상징 갈매기이다.

갈매기도 추운가 보다 [사진 강신욱]
멀리 청사포의 스카이워크가 보인다
밀려오는 파도를 즐기는 갈매기과 찬란한 윤슬
아이들이 주는 과자에 모여드는 갈매기들
겨울 하늘을 나는 갈매기들

갑자기 날아오른 갈매기들 아래에서
우리 두 딸도 마음만은 날아오른 것 같다.
마스크로도 그 표정이 감춰지지 않는다.

딸들은 웃고, 내 헤어스타일은 울고
바다를 보며 담소하는 두 딸
딸들이 하라는 대로 발을 모았다
큰 딸이 그린 하트

사람들은 백사장에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글씨를 쓰기도 한다.
가장 많은 그림은 ‘하트’이고, 가장 많은 글씨는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인 것 같다.
큰 딸이 옆에 다시 하트를 그리더니 군에 간 큰 오빠 이름을 적었다.

큰 딸이 그린 하트와 군에 간 큰 오빠 이름

어찌 맛있는 걸 사주고 싶지 않을손가.
뭘 먹자고 했더니 기다렸다는 듯 핫도그 집을 가리켰다.
핫도그는 포장마차에서 먹는 게 제 맛인데.

핫도그는 원래 1500원쯤 하는 것 아니었던가?
핫도그 하나에 3000원이다.
치즈가 들어간 것은 500원 더 비싸다.
분명 매장에서 먹는 비용까지 포함됐을텐데.

간식을 두고 기뻐하는 것은 나이의 역순인가 보다

오빠 것까지 포함해서 5개 샀더니 15,000원이다.
소스는 손님이 취향 껏 뿌려 먹는 거란다.
내 돈 내고 사먹는데도 내가 할 일이 많다.
점포를 나와 사진을 찍는데, 기쁨의 정도가 표정에 다 나왔다.

슬슬 쌀쌀해지는 것 같아 얼른 집에 왔다.
식탁에 둘러앉아 먹는데 꿀맛이다.
막 들어온 아내가 “내 꺼는?”한다.
다음에 또 가자고 하고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