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강대진 사모님 장례예배

신학대학원 동기 목사님 중 나보다 11살 위인 분이 있었다.
소위 하나님의 부르심이라는 소명을 받았지만 사업하느라 늦게 신학을 했다.
늦게라도 신학을 하게 된 데에는 그 아내분의 기도와 격려가 컸다고 들었다.
동기생 보다 한참 나이가 위인 그분을 모두가 ‘형님’이라 부르며 따랐고, 사실 사업하다가 왔으니 다른 가난한 신학생들보다 형편이 좋아 소위 ‘빈대’를 치는 동기생들이 많았다.
나는 당시 집이 부산이어서 그러지 못했지만 서울에 사는 동기생들은 밤이고 낮이고 그 집에 가서 먹기도 하고 자기도 했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건 환대하는 사모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강대진 사모님…
남편 최병엽 목사님이 졸업이후 23년째 동기회장을 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강 사모님은 동기 목사님들의 사역과 형편을 줄줄이 꿸 정도로 관심을 갖고 있다.
그리고 최 목사님과 강 사모님은 알게 모르게 어려운 형편의 동기들을 정말 많이 도왔다.

그 사모님이 오랜 암투병과 항암을 잘 견뎌왔는데 최근 건강이 갑자기 악화된 후 회복하지 못하고 지난 4월 12일 화요일 오후에 천국으로 가셨다.
나는 졸업이후 19년간 회장 목사님을 도와 동기회 총무를 했지만 남서울평촌교회 담임을 사임하고 부산으로 내려가면서 내려놨다.
현재 총무 목사님이 동기회 주관의 장례예배를 준비하며 내게 기도를 부탁했다.

비바람이 부는 악천후였지만 부산에서 빈소가 있는 군포까지 달려갔다.
예배가 있는 수요일이었지만 많은 동기 목사님들이 함께했다.
영정 사진을 보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내게도 늘 존중과 격려와 따뜻한 말씀을 주셨던 분이었기 때문이다.
금방이라도 “강 목사님”하며 나를 부를 것 같은 환한 모습이 나를 더 흐느끼게 했다.

빈소에 펼쳐진 강대진 사모님의 성경 [사진 강신욱]
장례예배시 기도문을 읽는 강신욱 목사 [사진 김용배]
유가족 대표로 인사하는 부군 최병엽 목사님

아래 글은 장례예배 때 내가 준비해서 읽었던 기도문이다.

우주만물과 그 질서를 만드시고 인간의 생사와 화복을 주관하시는 하나님,
하나님은 헤아릴 수 없는 지혜와 지식으로 모든 것을 다스리시며, 그 인자하심이 영원하시며, 그 행하심이 모두 의로우며 선하신 줄 믿습니다. 

그런 하나님을 높이고 찬양함이 마땅하지만, 강대진 사모님이 세상을 떠났다는 갑작스럽고 충격스런 소식을 듣고 이 자리에 모인 저희의 슬픔과 아픔을 헤아려 주옵소서.

하나님이 강대진 사모님을 먼저 사랑하셨고, 또한 강 사모님도 하나님을 마음과 정성과 힘을 다해 사랑했음을 저희가 압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이 있는데도 주저하던 남편을 위해 기도하고 독려하며 목회자의 길로 가도록 격려했던 현숙한 아내였고, 두 자녀를 신앙 좋고 실력 있는 사회인으로 자라도록 길러낸 엄마였고, 성도들을 가슴으로 품은 신실한 사모였습니다. 

가난하고 의지할 데 없는 신학생들이 눈치없이 낮이고 밤이고 찾아왔을 때에도 마치 아브라함이 부지중에 천사를 대접하듯 먹이고 재우며 사랑을 베풀었습니다.
평생 알게 모르게 많은 사람에게 어느 전도자 못지 않은 뜨거운 열정으로 복음을 전하고, 다비다처럼 많은 이웃을 구제하고, 많은 사람을 품고 간구하는 기도의 여인이었습니다. 
많은 사람을 절망으로 빠뜨리는 고통스런 암투병의 기간 속에서도 여전히 하나님의 역사를 찬양하고 오히려 다른 사람을 위로하는 하나님의 사람이었습니다. 
이 자리에 모인 모두가 그 사랑에 빚진 자요, 기도에 빚진 자들입니다. 

저희의 생각으로는 강 사모님이 연약함을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그 넉넉한 웃음을 보고 부드러운 음성을 듣기 간절히 원했지만, 예수님이 약속하신 하늘의 영원한 처소가 다 준비되었기에 더 이상 강 사모님을 이 땅에 두지 않고 데려가신 줄 믿습니다. 

우리 하나님이 강 사모님을 품에 안고 “내 딸아, 그동안 정말 수고 많았다. 이제 내 품에서 영원한 안식과 기쁨을 누려라” 말씀해 주신 줄 믿습니다.
이 믿음으로 유가족과 이 자리에 모인 저희들이 위로받게 하옵소서.
그러나 주님, 그 믿음이 확실함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연약한 육신을 입은 인간인지라 아내를 잃은 슬픔, 어머니를 여읜 아픔, 누님같이 사랑해 주셨던 사모님을 갑자기 떠나보낸 허전함이 너무 큰 것을 헤아려 주옵소서. 

장례의 모든 절차가 은혜롭고 덕스럽게 진행되게 하시고, 하나님의 위로하심과 역사하심을 유가족에게 나타내 주시옵소서.
말씀을 전하시는 최상근 목사님을 도구로 사용하사 하나님께서 유가족과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위로와 소망의 메시지를 잘 전하게 하옵소서. 

우리 죄를 위해 대신 죽으시고 부활의 첫 열매가 되셔서 영원한 소망 되신 우리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