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은밀한 일

낮은울타리 도배를 마쳤을 때 하나님께서 내 마음에 주신 말씀이 있다.
구약 예레미야 33장 2절과 3절 말씀이다.
나는 낮은울타리에서 기도할 때마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 말씀을 암송한다.

2   일을 행하시는 여호와, 그것을 만들며 성취하시는 여호와, 그의 이름을 여호와라 하는 이가 이와 같이 이르시도다
3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은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

기도하면서 ‘크고 은밀한 일’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보통 교회가 세워지며 ‘크고 은밀한 일’이라 하면, 교회가 양적으로 많이 성장하는 것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나는 성경 전체의 흐름을 볼 때 ‘크고 은밀한 일’은 길 잃은 양들이 하나님께로 돌아오는, 즉 죽은 영혼이 살아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한 영혼이 온 천하보다 귀하다면 이 얼마나 큰 일인가.

그러나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여전히 ‘큰 일’은 영혼이 복음을 듣고 살아나는 일이지만,
그 ‘큰 일’이 일어나기 위한 전제로 일어나야 하는 ‘은밀한 일’의 의미를 깨닫기 시작했다.
예수님이 높고 높은 하늘 보좌에서 우아하게 인간을 구원하신 것이 아니라 종의 형상을 입을 뿐 아니라 낮고 낮은 죄인의 모습까지 내려가셔서 인간을 체휼하시고 구원하셨다는 것이다.
‘은밀한 일’은 이 복잡한 시대에 사람들이 내면으로 겪고 있는 고통을 목사로서 공감하기 위해 외롭게 겪어야 할 고통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울타리 바깥에 내가 다가가야 할 더 많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시위대 뜰에 갇혀있던 예레미야에게는 ‘크고 은밀한 일’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우스운 몸짓으로 보이고 헛소리로 들렸을 것이다.
‘나도 그렇겠구나’ 생각하면 ‘큰일났다, 어쩌지?’ 걱정이 되면서도, 은근히 기대가 되는 건 천상 목사이기 때문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