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신자들과 성경공부를 할 때 먼저 1시간 정도 일상 대화를 한다.
자리에 앉으면서 다양한 일상을 쏟아 놓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 신자는 바로 성경공부로 들어가려 한다.
목사님이 자신들을 위해 귀한 시간을 일부러 내주셨으니 조금이라도 덜 피곤하게 해드려야 한다는 배려 때문이다.
나는 그 마음을 알기에 감사하면서도 다과를 하며 일상 대화를 더 하려 했다.
하지만 채 30분이 되지 않아 “목사님, 바쁘신데 공부하시지요” 하신다.
자리를 옮겨 앉았다.
내가 모니터 반대편에 앉고, 모니터 좌우로 부부가 마주보고 앉았다.
좀 어색해 하시는 것이 느껴졌다.
보통 목사가 성경공부를 하면 여러 명을 대상으로 하는데 부부만 가까이 앉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목사의 시선을 더 나눠줄 다른 사람없이 부부가 절반씩 감당하려니 그런 모양이다.
먼저 전도서 1장 1절부터 11절까지 나, 남편, 부인의 순으로 한 절씩 읽었다.
“1절에 전도서의 저자가 나옵니다. 누군지 아시겠어요?”
“솔로몬요”
비신자에게서는 나올 수 없는 대답이다.
비신자는 그냥 있는 대로 “전도자요”라고 대답할 것이기 때문이다.
“예, 솔로몬 맞습니다. 그런데 전도서에는 ‘솔로몬’이란 이름이 한 번도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다윗의 아들 예루살렘 왕’이라고만 나옵니다. 우리는 그게 누군지 알고 있는 거죠. 그런 면에서 솔로몬이 쓴 잠언 앞부분과 한번 비교해 보겠습니다. 잠언 1장 1절부터 6절까지 한 절씩 읽어 보겠습니다”
잠언 1:-6
1 다윗의 아들 이스라엘 왕 솔로몬의 잠언이라
2 이는 지혜와 훈계를 알게 하며 명철의 말씀을 깨닫게 하며
3 지혜롭게, 공의롭게, 정의롭게, 정직하게 행할 일에 대하여 훈계를 받게 하며
4 어리석은 자를 슬기롭게 하며 젊은 자에게 지식과 근신함을 주기 위한 것이니
5 지혜 있는 자는 듣고 학식이 더할 것이요 명철한 자는 지략을 얻을 것이라
6 잠언과 비유와 지혜 있는 자의 말과 그 오묘한 말을 깨달으리라
“잠언 1장 1절과 전도서 1장 1절을 비교해 보시겠어요?”
“잠언에는 ‘솔로몬’이라고 했는데, 전도서에는 ‘전도자’라고 했네요”
“잠언은 솔로몬이 왕이 되고 전반기에 쓴 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서두 격인 2절부터 6절까지 분위기가 어떤가요?”
“잠언을 읽으면 지혜를 얻게 된다고 하네요”
“예, 지혜와 훈계를 알고, 명철을 깨닫고, 공의롭고 정의롭고 정직하고 슬기롭게 되고, 지혜와 학식과 지략을 얻고, 오묘함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똑똑한 솔로몬의 자신만만함이 흘러넘치는 게 느껴지세요?”
“그러네요”
“그런데 전도서는 솔로몬의 말기에 쓰여진 책입니다. 자기 이름을 말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전도자’라고 소개합니다. 이 책을 ‘전도자의 글’이라고 말합니다. 초기 저작인 잠언같은 자신만만함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것이 전도서의 특징입니다. 솔로몬은 중간에 이방 여인들과 정략 결혼도 많이 하고 그녀들을 위해 우상 신전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솔로몬이 천국에 갔을까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방황했던 것으로 보이는 솔로몬이 말기에 자신의 파란만장한 삶을 돌아보며 쓴 책이 전도서입니다. 솔로몬의 고백록과 같은 것이죠. 똑같은 지혜서라도 잠언과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그런 면에서 잠언은 젊은이를 위한 지혜서라면 전도서는 나이가 좀 지긋한 사람을 위한 지혜서일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세대가 잠언이나 전도서를 다 읽어도 되지만 깨닫고 유익을 얻는 면에서 조금 다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