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서 성경공부(4) – 전 1:1-11

“1절부터 11절까지에서 눈에 띄는 표현을 찾아보시겠어요?”
“‘헛되다’가 많이 나옵니다”
“그렇죠. 2절에 몇 번 나오는지 세어 보시겠어요?”
“5번요”
“예. 성경에서 보통 반복하면 강조하는 것이고, 3번 반복하면 정말 강조하는 겁니다. 그런데 전도서가 시작하자마자 ‘헛되다’를 5번이나 반복하니까 전도서는 정말 ‘헛되다’를 강조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도서 전체로는 ‘헛되다’를 37번이나 반복하고 있습니다. 관건은 무엇을 헛되다고 하는지, 왜 헛되다고 하는지를 파악해야 하는데, 너무 단순히 ‘헛되다’에만 각인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또 뭐가 보이세요?”
“‘돌아간다’가 자주 나옵니다”
“맞습니다. 잘 보셨네요. 5절과 6절에 ‘돌아간다’가 5번 반복해서 나옵니다. 그런데 ‘돌아간다’가 그렇게만 나오는 게 아닙니다. 5절부터 7절까지 해와 바람과 강물이 나오는데, 동일한 특징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해가 어느 쪽에서 뜨죠?”
“동쪽이죠”
“그 다음날에는요?”
“역시 동쪽이죠”
“그러기 위해선 태양이 동쪽에서 떴다가 서쪽으로 진 다음 다시 동쪽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물론 태양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지구가 자전을 하는 것이지만 지금은 천동설이냐 지동설이냐가 논점이 아니라 ‘돌아간다’는 것이 중점입니다”

“6절에 나오는 바람도 이리 불고 저리 불며 다시 처음 불던 곳으로 돌아갑니다. 북반구의 편서풍이나 남반구의 편동풍이 불면 지구를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돌아가지요. 7절의 모든 강물도 바다로 흐르지만 바다가 넘치지 않고 물은 다시 비가 되어 강물로 흐르지요. ‘그리고 연하여 흐르느니라’는 ‘흘렀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 흘러 내린다’는 의미입니다. 솔로몬은 지금 자신이 연구해서 지구과학적 지식을 아주 간결하고 정리한 것입니다”
“이게 단순한 내용이 아니군요”

“실은 4절부터 7절까지 한 세대가 가고 오고, 해가 뜨고 지고, 바람이 불고, 강물이 흐른다는 표현도 모두 ‘돌아간다’를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사람이든 자연이든 하루도 쉬지 않고 열심히 움직이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겁니다. 8절에 표현된 대로 인간을 포함한 모든 만물이 피곤하도록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변하는 게 없습니다. 4절 마지막에 있는 것처럼 땅은 그대로 있습니다. 3절에 있는 대로 ‘해 아래서의 모든 수고’가 헛된 것처럼 보입니다”

“9절과 10절에서 반복되는 표현을 찾아보시겠어요?”
“‘새 것이 없다’는 표현이 자주 나오는 것 같습니다”
“예, 사람들이 무엇을 한다고 하는데 그 모든 것들은 있던 것이 다시 있고, 이미 한 일을 다시 하는 것이라는 겁니다. 왜 그럴까요? ‘인간은 역사를 쓰기는 하지만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11절처럼 이전 세대를 기억하지 않는 거죠. 그래서 반복되는 겁니다. 그러니 현재 세대도 미래 세대도 기억되지 않을 겁니다. 계속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리는 것과 같은 삶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니 인간이나 만물이 다 헛되다는 거죠”

“이런 분위기의 철학사조가 무엇일까요?”
“허무주의요?”
“예, 허무주의입니다. 라틴어로 ‘없음’을 의미하는 단어가 ‘니힐(nihil)’이라 ‘니힐리즘(nihilism)’이라고 합니다. 허무주의는 기존의 가치를 부정하는 사상입니다. 이 허무주의는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나는데요,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모든 것이 헛되다’고 해서 절망하고, 방황하고, 퇴폐적인 분위기로 가는 게 수동적 허무주의이고, 기존의 가치를 과감하게 파괴하고 새로운 질서를 재건해야 한다는 능동적 허무주의도 있습니다. 히틀러의 나찌가 그런 셈이죠”
“허무주의가 그냥 ‘헛되다’가 아니네요”

“자신을 전도자로 소개한 솔로몬이 역사적으로는 한참 뒤에 등장하는 허무주의의 내용을 설파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역사와 자연과학을 연구해 보니 다 헛되다는 겁니다. 허무주의의 두 가지 입장에서는 어느 쪽으로 보이세요?”
“수동적 허무주의처럼 보입니다”
“예, 우리가 읽은 첫번째 단락은 이렇게 마무리 되는데, 문제는 솔로몬이 왜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되었느냐는 거죠. 전도서든 다른 책이든 ‘헛되다’ 또는 ‘세상이 어떻다’라고 말할 때 저자가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 그래서 어쩌자는 건지 생각하고 살펴야 합니다”
“그냥 읽기만 했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 저하고 같이 하시면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