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서 1장 12절부터 18절까지 한 절씩 돌아가며 읽었다.
“12절에 ‘나 전도자는 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의 왕이 되어’라고 했는데, 어디서 본 것같지 않으세요?”
“1절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1절 이하에 ‘헛되다’라고 한 것처럼 12절 이하도 ‘헛되다’가 반복됩니다”
“솔로몬이 예루살렘에서 왕이 되었을 때 어떻게 지냈는지 아세요?”
“엄청 화려하게 지냈지요”
“그 내용이 열왕기상 4장 21절부터 23절까지에 나옵니다. 한번 찾아 읽어 보시겠어요?”
열왕기상 4:21-23
21 솔로몬이 그 강에서부터 블레셋 사람의 땅에 이르기까지와 애굽 지경에 미치기까지의 모든 나라를 다스리므로 솔로몬이 사는 동안에 그 나라들이 조공을 바쳐 섬겼더라
22 솔로몬의 하루의 음식물은 가는 밀가루가 삼십 고르요 굵은 밀가루가 육십 고르요
23 살진 소가 열 마리요 초장의 소가 스무 마리요 양이 백 마리이며 그 외에 수사슴과 노루와 암사슴과 살진 새들이었더라
“솔로몬은 이스라엘을 다스리고 주변 나라로부터 조공을 받으며 한 마디로 호의호식하며 살았습니다. 보통 호의호식하는 왕들이 허랑방탕하기 마련인데 솔로몬은 그걸 배경으로 공부를 합니다. 세상에 대해 연구하고 정리하는 일을 한 겁니다. 마치 세종대왕처럼 말이죠. 그것이 13,14,17절에 3번 반복해서 나옵니다. 13절 ‘마음을 다하며 지혜를 써서 하늘 아래에서 행하는 모든 일을 연구하며 살핀즉’, 14절 ‘내가 해 아래에서 행하는 모든 일을 보았노라’, 17절 ‘내가 다시 지혜를 알고자 하며 미친 것들과 미련한 것들을 알고자 하여 마음을 썼으나’. 얼마나 연구했는지 열왕기상 4장 29절부터 34절까지 나옵니다. 그것도 읽어 보시겠어요?”
열왕기상 4:29-34
29 하나님이 솔로몬에게 지혜와 총명을 심히 많이 주시고 또 넓은 마음을 주시되 바닷가의 모래 같이 하시니
30 솔로몬의 지혜가 동쪽 모든 사람의 지혜와 애굽의 모든 지혜보다 뛰어난지라
31 그는 모든 사람보다 지혜로워서 예스라 사람 에단과 마홀의 아들 헤만과 갈골과 다르다보다 나으므로 그의 이름이 사방 모든 나라에 들렸더라
32 그가 잠언 삼천 가지를 말하였고 그의 노래는 천다섯 편이며
33 그가 또 초목에 대하여 말하되 레바논의 백향목으로부터 담에 나는 우슬초까지 하고 그가 또 짐승과 새와 기어다니는 것과 물고기에 대하여 말한지라
34 사람들이 솔로몬의 지혜를 들으러 왔으니 이는 그의 지혜의 소문을 들은 천하 모든 왕들이 보낸 자들이더라
“당시 현자라던 에단, 헤만, 갈골, 다르다보다 지혜롭고, 속담을 3천 개나 말하고, 시를 1005편이나 짓고, 그 중 2개는 시편 72편과 127편에 있습니다. 또 식물학, 동물학, 어류학까지 섭렵했습니다”
“지혜가 많아서 잠언을 쓴 줄은 알았지만 그 정도인 줄은 몰랐습니다”
“참 대단하죠. 완전 이스라엘의 세종대왕입니다. 세종대왕보다 2000년 전에 이런 왕이 있었습니다. 솔로몬 스스로도 16절에서 ‘내가 크게 되고 지혜를 더 많이 얻었다’라고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그 애쓴 공부의 수고에 대해 뭐라고 했는지 보겠습니다”
“13절 ‘이는 괴로운 것이니 하나님이 인생들에게 주사 수고하게 하신 것이라’, 14절 ‘모두 다 헛되어 바람을 잡으려는 것이로다’, 15절 ‘구부러진 것도 곧게 할 수 없고 모자란 것도 셀 수 없도다’, 17절 ‘이것도 바람을 잡으려는 것인 줄을 깨달았도다’. 앞 단락에서 말했던 것처럼 ‘헛되다’의 의미를 담고 있는 표현들입니다. 전도서 7장 23절과 24절에 보면 ‘내가 이 모든 것을 지혜로 시험하며 스스로 이르기를 내가 지혜자가 되리라 하였으나 지혜가 나를 멀리 하였도다 이미 있는 것은 멀고 또 깊고 깊도다 누가 능히 통달하랴’라고 오히려 자신의 무지함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이와 비슷한 표현이 신약에도 나오지요. 신약 로마서 11장 33절에 ‘깊도다 하나님의 지혜와 지식의 풍성함이여, 그의 판단은 헤아리지 못할 것이며 그의 길은 찾지 못할 것이로다’라고 했습니다”
“솔로몬은 타고난 지혜와 지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욱 지혜와 지식을 추구함으로 진리에 도달하려 했으나 그는 한계에 부딪혔음을 솔직히 인정했습니다. 그 솔직한 심정이 18절에 나와 있습니다. ‘지혜가 많으면 번뇌도 많으니 지식을 더하는 자는 근심을 더하느니라’ 우리에게 익숙한 표현으로 하면 ‘식자우환(識字憂患)’입니다. ‘아는 게 병이다’, 그러니 ‘모르는 게 약이다’이죠”
“여기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솔로몬이 단순히 허무주의를 말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솔로몬은 영원한 진리를 추구하기 위해 공부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공부로는 진리에 도달할 수 없고, 남보다 많은 지혜와 지식이 있어도 번뇌와 근심이 끊이지 않더라는 겁니다.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혹시 ‘홍길동전’의 배경이 언제인지 아세요?”
“글쎄요. 모르겠는데요”
“물론 소설이지만 탐관오리가 날뛰고 백성이 어려워 의적 홍길동이 등장한 배경이 놀랍게도 세종대왕 때입니다”
“정말요? 놀랍네요”
“옛말에 ‘무지와 가난은 나랏님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아마 백성을 위해 공부하고 선정을 베풀기 위해 애쓴 세종대왕도 그런 한계에 부딪혔을 겁니다. 솔로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많은 지혜와 지식이 번뇌와 근심에서부터 자신과 백성을 구원해 주지 못하는 걸 깨닫고 그 공부와 수고가 ‘헛되다’고 말한 것입니다. 공부와 수고가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게 아니라 그 공부와 수고가 자신을 구원해 주는 게 아니라는 걸 말하는 겁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전도서가 완전히 새롭게 보입니다. 전도서가 ‘헛되다’를 말하는 책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구원을 바라는 책인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것이 놀랍습니다”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