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이 진리를 추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인간적인 쾌락과 행복을 추구하기로 했다는 표현이 3절에 반복해서 나옵니다. 일단 처음에 ‘내가 내 마음으로 깊이 생각하기를’이라고 해서 고민한 흔적이 나옵니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하여야’가 2번 반복되는데, 솔로몬이 행복과 쾌락을 통해 진리에 도달하려 취한 방법입니다. 첫째는 ‘술’입니다. 사람이 술을 마시면 약간 철학자처럼 되는 경향이 있지 않습니까? 첫 문장은 ‘지혜를 얻으려고 술에 빠지기도 했다’는 의미거든요. 둘째는 ‘어리석음’입니다. 이건 진짜 바보처럼 살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솔로몬 자신이 이미 왕이나 백성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선언했던 일들이지만 진리에 도달하려는 마음으로 그 방법까지 취해 보았다는 의미입니다”
“보통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이군요”
“솔로몬에게는 두 가지가 맞아 떨어진 것 같습니다. 일단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왕이었고, 평화로운 시대에 돈이 많았거든요. 우리같은 사람은 생각하기도 어렵지만 혹시 생각을 했더라도 시도하기 어렵지요. 치를 대가가 많아 굳이 해볼 필요도 없고요. 우리는 그저 다 경험해 본 솔로몬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면 됩니다”
“그게 안전한 것 같습니다”
“물론이죠”
“4절부터 10절까지 솔로몬이 진리를 추구하기 위해 잠시 붙잡았던 ‘어리석음’의 내용들이 나옵니다. 4절에 ‘나의 사업을 크게 하였노라’라고 했는데, 첫째는 ‘토목공사’입니다. 열왕기상 9장에 보면 성전과 왕궁을 20년간 지은 것 외에 이스라엘 전역에 정부 창고인 국고성, 그걸 지키기 위한 병거성과 마병성을 짓고, 레바논까지 건축하고자 하는 건 다 건축했다고 나옵니다. 5절과 6절에 포도원과 과수원을 만들고, 삼림과 인공연못까지 만들었다고 합니다. 참 대단하죠?”
“그냥 솔로몬이 하나님이 주신 부와 영화를 누리며 성전과 왕궁을 지었다고만 생각했는데 다른 사정이 있었네요”
“우리는 성경을 읽을 때 주인공 시각에서 읽는 버릇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솔로몬의 시각으로만 읽었습니다. 물론 솔로몬을 통해 신앙적으로 배우는 것도 많습니다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당시 백성들의 입장으로 사는 것 아니겠습니까? 수십 년 토목공사를 감당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오죽했으면 솔로몬 사후 아들인 르호보암이 왕위에 올랐을 때 백성의 대표들이 찾아와서 ‘장기간의 토목공사로 너무 힘드니 공사를 줄여달라’고 부탁까지 했겠습니까? 르호보암이 자존심을 내세우며 ‘못줄이겠다’고 하니까 못견딘 백성들이 등을 돌려 결국 북이스라엘과 남유다로 나눠지게 되었지요. 물론 하나님께서 이미 예언하신 내용이 있긴 하지만 사람 사이에 벌어진 결정적 열쇠가 되는 이유는 토목공사였습니다”
“전혀 이면을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이런 대규모 토목공사를 계속 하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재정요”
“솔로몬은 돈이 많았으니까 그건 충분했습니다. 그 다음에는요?”
“일할 사람요”
“맞습니다. 솔로몬이 붙잡은 두번째 ‘어리석음’은 토목공사든 자기의 농장이나 삼림을 관리할 일꾼들이 많이 필요하니까 남녀 노예들을 많이 산 겁니다. 사기만 한 것도 아니고 노예들끼리 결혼시켜 노예를 많이 출산하도록 했습니다. 좀 씁쓸한 대목이죠”
“세번째 ‘어리석음’은 소나 양같은 가축을 선왕들보다 훨씬 더 많이 소유하는 겁니다. 소나 양을 많이 소유하면 그만큼 목자들이나 먹이가 많이 필요했겠지요. 네번째 ‘어리석음’은 각종 보화들을 쌓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세번째와 네번째 ‘어리석음’은 재산을 많이 쌓는 겁니다. 누가복음 12장에 나오는 ‘어리석은 부자’와 똑같이 행한 거죠. 요즘 기독교인들이 입으로는 하나님을 의지한다고 하면서 실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보다 통장잔고를 더 든든하게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고요”
“아…”
나의 신랄한 표현에 동감을 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맞장구를 치지 못하는 망설임이 느껴졌다.
“다섯번째 ‘어리석음’은 여흥을 위해 노래하는 남녀들과 남자의 쾌락을 위해 처첩을 많이 둔 겁니다. 열왕기상 11장에 보면 솔로몬의 후궁이 700명, 첩이 300명으로 나옵니다. 저같은 사람이면 1000명 이름도 다 기억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궁에서 마주쳐서 후궁이 인사하는데 ‘너는 누구냐?’ 묻게 생겼습니다. 솔로몬은 머리가 좋아서 다 기억했는지 모르죠. 그런데 그 1000명이 아이들도 낳았겠죠. 절반만 낳아도 500명인데 누가 누구의 자식인지 다 기억하려면 골치가 아팠을 것 같습니다. 솔로몬은 달랐던 것 같습니다. 저처럼 골치가 아팠으면 10명 쯤에서 멈췄을 텐데 1000명까지 간 것 보면 대단한 사람임에는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