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레슨이 끝나면 자기가 친 공을 수거해서 바구니에 모으는 게 국룰이다.
오늘 10분 일찍 갔는데 앞시간 레슨 받는 사람이 오지 않았다.
70대인 소장님이 “일찍 오셨네요. 스트로크 연습 쫌 하고 있으이소. 담배 한 대 피고 하입시더”했다.
같은 코트 옆쪽에서 레슨 받은 초등생이 반대쪽 펜스 아래에서 공을 모으고 있었다.
코트 가운데 50여 개 공이 흩어져 있길래 스트로크 연습을 하지 않고 주머니를 가지고 공을 다 모았다.
레슨 코트에 땅에 떨어진 공이 하나도 없는 상태가 되었다.
한 번도 그런 상태에서 레슨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깨끗해진 코트를 보니 하루의 피로가 쌓인 저녁시간이지만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담배를 다 핀 소장님이 코트로 들어오면서 말했다.
“목사님이니까 나중에 천당가는 것 맞지요?”
소장님과 개인적인 대화를 주고 받으며 내가 목사이고, 소장님은 비신자이지만 부인은 권사라는 서로 알게 됐다.
그런데 뜬금없이 ‘천당’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분위기는 아니었다.
“당연히 가는 건 아니고요. 꼭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하시는 것 보니 천당 가겠습니다”
“제가 하는 거요?”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으로 코트 안을 가리켰다.
내가 국룰을 어기고(?) 공을 치운 걸 보셨나 보다.
“마음 쓰시는 것 보니 천당에 목사님 자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목사님 같은 분이 천당 가야죠”
“천당 가도록 인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난 ‘소장님도 예수님 믿고 천국 가셔야죠’라고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이미 그 내용을 알고 계신 분이다.
나는 이제 삶으로 그분의 마음에 몇 번의 노크를 더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