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서를 같이 공부하는 부부는 모임시간보다 늘 일찍 오신다.
어떤 때엔 30분 일찍 오셔서 잠시 집에 가서 점심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나와 아파트 입구에서 마주친 적도 있다.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니 최소 30분 전에는 먼저 가서 새로 설치한 에어컨의 성능을 보여드려야 되겠다 생각했다.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실외기가 작은 윙 소리를 내며 돌아가자 실내가 금방 시원해졌다.
공부 시간이 가까왔는데 오시지 않아 ‘무슨 일이 있으신가?’ 생각했는데 전화가 왔다.
일이 있어 이제 승용차로 출발한다고.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라 승용차론 신호등에 걸려도 5분 남짓이면 도착한다.
매번 일찍 오던 분들이 늦으시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왜일까?
달달한 간식을 들고 낮은울타리에 들어와서는 늦어 미안하다며 얼른 공부방으로 들어가신다.
급한 마음 달래시라고 시원한 음료와 간식을 드시라고 했다.
안타깝게도 당뇨가 있어 달달한 간식을 못드신다고 한다.
그래서 들고 오신 티라미슈는 나만 먹고, 대신 땅콩을 내드렸더니 두 분이 잘 드셨다.
“오늘은 전도서 6장인데, 먼저 1절부터 7절까지만 한 절씩 돌아가며 읽겠습니다”
“12절밖에 되지 않으니 한번에 다 읽으시면 어떨까요?”
성경공부내용을 메모할 수 있도록 A4지에 전도서 각 장을 옮겨 오시니 6장이 짧은 걸 아시는 것이다.
“문단이 다르고 분위기가 달라서 일부러 끊어 읽는 겁니다”
“지난 시간 중 처음 부분은 읽고, 뒷부분은 읽지 않고 바로 설명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어서요”
“오늘은 뒷부분도 꼭 읽겠습니다”
“솔로몬은 왕으로서 별별 일들을 보고 겪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1절에 ‘한 가지 불행한 일’을 봤는데, ‘사람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이랍니다. 두 분은 어떤 때 마음이 무거우세요?”
“한계에 부딪힐 때”
“더 이상 안되겠구나 생각될 때”
“맞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은 다 비슷한 것 같아요. 재물과 권력을 가진 사람이나 가지지 못한 사람이나 나름의 어려움이 있지만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면 몸은 좀 힘들고 피곤해도 마음까지 무겁진 않을 겁니다. 그런데 ‘이건 막다른 골목이다,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생각이 들면 마음이 무거울 겁니다. 솔로몬이 그런 일을 말하겠다는 거죠. 이건 곧 자기가 겪은 절망이기도 한 것입니다”
“그 내용이 2절 이하에 나옵니다. 솔로몬은 마치 소설을 쓰듯 한 사람을 상정합니다. ‘영혼이 바라는 모든 소원에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랍니다. 보통 사람들은 무엇을 소원할까요?”
“재물? 권력?”
“맞습니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그렇습니다. 왜 그럴까요?”
“글쎄요?”
“지난 5장에 나왔었는데요. 세상에는 계속 무엇이 있어서 그것을 당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었지요”
“아, 학대요”
“맞습니다. 내가 학대 당하지 않고, 억울함 당하지 않으려면 돈이 있고 권세가 있어야 되니까 모든 사람이 소원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런 소원을 갖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요? 하나님이 처음부터 이런 세상으로 만드신 것일까요?”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의 질서는 무엇일까요?”
“글쎄요?”
“사자와 어린양이 생긴 것도 다르고 힘도 다르고 사는 방식도 다르지만 서로 어울려 조화롭게 살도록 만드셨죠. 그런데 타락 후 약육강식, 적자생존이 세상의 질서가 되어 버렸습니다. 사실은 마귀의 속임수지요. 지금도 실은 조화롭게 살 수 있지요. 비록 완전하지 않아도 말입니다. 하나님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조화롭게 어울려 살아야 하니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바입니다. 그러나 세상이 그렇지 않으니 사람은 고달프고, 자연도 신음하고, 하나님도 아프십니다. 이걸 하나님의 질서로 바라보게 만드는 게 복음입니다”
“2절에 재물과 존귀를 가진 사람이 그걸 어떻게 얻게 되었다고 했습니까?”
“하나님으로부터 받았다고 했어요”
“그걸 누릴 수 있다고 했습니까?”
“누리도록 허락받지는 못했다고 했습니다”
“누가 누리도록 허락하는 거죠?”
“하나님요”
“재물과 존귀는 가졌으나 그걸 누리지는 못하는 거죠. 재물과 존귀를 가진 사람이 그러고 싶겠습니까?”
“너무 싫을 것 같아요, 억울하고”
“재물과 존귀를 가지면 다 가진 것 같은데, 실은 그걸 행복하게 누리는 건 별개라는 겁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걸 행복하게 누리는 것도 꼭 가져야 하는 건데, 사람들은 그걸 모르죠. 재물과 존귀를 가지면 당연히 누릴 줄로 착각하는 겁니다. 그러니 재물과 존귀를 가지려고만 애를 쓰고 그걸 누리는 복은 생각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재물과 존귀를 가졌는데도 불행한 사람들이 많은 겁니다. 재물과 존귀를 가졌는데 건강을 잃은 사람이 흔한 예죠. 하지만 사람들은 더 가져야 할 줄로 또 착각하고 더 가지려고 하며 악순환에 빠져들어요. 재물과 존귀도, 그걸 누리는 것도 하나님이 허락하셔야 합니다. 이 내용은 남의 이야기처럼 하고 있지만 실은 왕으로서 재물과 존귀를 가져 본 솔로몬의 간접적 고백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