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절부터 5절까지 본문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단어를 찾아보세요”
“왕이요”
“잘 찾으셨습니다. 몇 번이나 반복되고 있죠?”
“다섯 번입니다”
“예, 맞습니다. 그런데 5절 처음에 나오는 ‘명령’은 누구의 명령일까요?”
“왕의 명령이요”
“그렇죠. 그래서 다른 번역 성경에는 ‘왕의 명령’이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총 몇 번일까요?”
“여섯 번이네요”
“예, 넉 절에서 특정 단어가 여섯 번이나 반복되는 것은 그걸 강조한다는 확실한 증거죠. 2절에서 ‘왕의 명령을 지키라’로 시작하고 5절에서 ‘왕의 명령을 지키는 자는 불행을 알지 못하리라’로 마무리합니다. 앞뒤로 ‘왕의 명령을 지키라’라고 말하는 거죠. 그 사이에서는 왕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왕정을 기뻐하실까요?”
“글쎄요?”
“왕정도 그 당시 하나님이 허락하신 질서입니다. 왕의 명령을 지키는 것이 맹목적으로 왕을 따르기 때문이 아니라 왕정도 하나님이 만드신 질서이기에 하나님을 경외하는 태도 중의 하나인 것입니다”
“왕 앞에서 알현을 마치고 나올 때는 어떻게 해야 하죠?”
“뒤로 천천히 물러나야죠”
“그렇죠. 자기 볼 일 끝났다고 휙 돌아서 나오면 감히 왕에게 등을 보이게 되고 왕의 심기가 불편해 질 것입니다. 우리가 사극에서 보듯 세상의 모든 왕들은 치열한 권력투쟁을 통해 그 자리에 올라갑니다. 그건 성경 역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윗도 사울 왕의 질투로 10여 년을 도망자로 살았고, 솔로몬도 아도니야의 음모를 신속하게 처리한 다윗 덕분에 왕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왕은 절대권력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2인자도 용납할 수 없죠. 4절 마지막에 있는 것처럼 아무리 직언이라도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서 필요한 것이 지혜입니다. 5절과 6절에서 반복되는 단어가 보이세요?”
“때와 판단요”
“예, ‘지혜자의 마음은 때와 판단을 분변한다’고 했습니다. ‘때와 판단’은 시기와 방식을 말합니다. 요즘 말로 하면 TPO(Time, Place, Occasion)인 겁니다. 시간과 장소와 상황에 대한 분별을 말하는 거죠. 왕을 달랠 때인지 간언을 할 때인지, 왕과 함께 있을 때인지 물러날 때인지 알아채는 겁니다. 일종의 눈치지요. 신하이든 백성이든 왕정시대에 목숨을 부지하고 살려면 이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6절 마지막에 반전이 벌어집니다. ‘사람에게 임하는 화가 심함이니라’ 이건 눈치가 없는 사람이 화를 입게 된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건 5절까지 말하는 당연한 일이고요. 전도자의 말처럼 시간과 장소와 상황에 대한 센스를 가지고 잘 처신했는데도 화가 임한다는 겁니다. 주변에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습니까? 심지어 남보다 착하게 살았는데도 화를 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말입니다”
“가끔씩 듣죠”
“그럼 마음이 어떻습니까?”
“‘하나님이 왜 이렇게 하실까?’라는 생각이 들죠”
“그런 일들을 보고 사람들이 뭐라고 할까요?”
“하나님이 진짜 있다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고 반문하죠”
“예수님도 갈릴리에서 로마에 무고하게 희생된 사람들, 실로암 망대가 무너져 깔려 죽은 18명의 사람들이 죄가 더 있어서 그런 일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그냥 자신의 일을 성실히 행하고 타인에게 친절히 대하는 착한 사람도 그런 일을 당하는 것이 인생입니다. 이런 세상을 그냥 산다면 얼마나 불안하고 억울하겠습니까? 그래서 공의로운 세상으로 인도할 구원자가 필요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