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터 (6)까지 차례로 읽어 주세요.
어느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금발 염색을 한 단발머리에 아주 예쁜 몸매를 한 아가씨가 타고 있었다.
나는 평소 하듯 그냥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며 탔다.
금발의 아가씨도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받았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남자 음성이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짧은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요즘 엘리베이터 안에서 인사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내가 인사를 하면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기까지 한다.
나는 택배나 음식배달원에게도 인사한다.
그들 덕분에 코로나 시대를 잘 넘어간 것 아닌가.
그런데 내 인사 덕분에 그 사람의 평온을 깬 것이다.
그 사람은 자기가 트랜스젠더라는 것을 내가 눈치챘을 것이라 여겼을 것이다.
자기가 답으로 인사만 하지 않았어도 나는 몰랐을테니, 인사한 자기를 원망했을 것이다.
나는 그 사람이 얼마나 민망할까 싶어, 먼저 인사한 나를 원망했다.
트랜스젠더도 그냥 사람이고, 그냥 이웃이다.
인사 받은 사람이 놀라고 거부감 가질까봐 먼저 인사하지는 못하지만, 먼저 인사하면 자동적으로 그 인사를 받는 사람이고 이웃인 것이다.
오히려 내가 이웃에 대한 경계를 더 심하게 만든 원인을 준 것 같아 미안했다.
다음에 만나면 ‘그냥 편하게 대해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그후론 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