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의 검정고시 응시

오늘 막내가 중졸 검정고시에 응시한다.
부산으로 전학하고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자퇴하고 대안학교를 다니는 중이다.
참 좋은 민들레학교를 만나 감사한 것도 있지만 그렇다고 아비로서 미안한 마음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너무 더워 공부를 쉬는 여름방학 기간에 막내는 오히려 집에 들어앉아 혼자 기출문제를 풀었다.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동영상 강의를 찾아 시청했다.
거실에 에어컨을 켜서 방문을 열어야 더 시원할텐데 방문을 닫고 혼자 선풍기를 틀었다.

물론 요즘 유행하는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기도 하고, 친구들과 폭풍문자를 하기도 하고, 낄낄거리며 통화를 하기도 한다.
혼자 먹을 음료와 간식을 갖다 놓고 아지트를 만들었다.
하룻밤에 파워에이드나 망고주스 1.5리터를 다 마시기도 해서 아침에 냉장고를 열고 음료를 찾는 다른 식구를 황당하게 하기도 했다.
매일 새벽 2시 무렵까지 공부하니 당연히 낮잠을 잔다.

어제는 시험 전날이니 시험날처럼 아침 7시에 일어나 머리도 감고 준비물 챙기고 시험 시간에 맞춰 기출문제를 풀어보자고 했다.
그런데 내가 알람을 끄고 늦잠을 자버렸다.
한 시간 넘게 지나 늦잠 잔 걸 알고 깜짝 놀라 막내에게 가 보니 머리를 감고 기출문제를 풀고 있었다.
늦잠을 사과하고 막내를 칭찬했다.

오늘은 내가 더 긴장했던 모양이다.
아침에 깨서 후다닥 커튼을 걷고 창문 열고 스트레칭까지 했다.
흐린 날씨라지만 너무 컴컴한 것 같아 시간을 보니 5시였다.
쓴웃음을 짓고 다시 커튼을 치고 잠을 잤다.

도리어 막내가 늦잠을 잤다.
너무 곤히 자고 있는 막내를 7시30분에 깨우고 바로 준비물을 챙겨 나섰다.
점심 대용으로 먹을 음료와 간식을 사서 고사장으로 향했다.
차 안에서 막내의 손을 잡고 기도했다.
아비로서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축복이다.

고사장은 주차가 불가해서 막내만 내려주고 돌아왔다.
오늘 저녁엔 맛있는 것 먹자고 했다.
물론 포상금도 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