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서 성경공부(33) – 전도서 10:2-9

폭염으로 성경공부도 방학을 했다.
내심 8월말까지 방학을 하고 9월부터 다시 시작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연락을 하려는데 먼저 “내일 오후 3시에 가겠습니다”라고 연락이 왔다.
부랴부랴 공부할 내용을 준비했다.

오랜만에 두 분이 만면희색을 띠고 낮은울타리에 오셨다.
석 주를 쉬었는데 느낌은 더 오래 쉰 것 같다.
개학한 학교처럼 그동안 서로 어떻게 지냈는지 대화했다.
나는 주일예배 때 설교했던 ‘왜 이렇게 예배하나요?’ 시리즈 10편의 설교를 동영상으로 제작해서 유튜브에 올렸다고 했고, 두 분은 내가 서울광염교회에서 ‘내 마음의 로마서’라는 제목으로 지금 전도서 공부하는 것처럼 본문을 한 절 한 절 읽으며 강의했던 영상을 보며 로마서를 공부했다고 했다.
이런 학생들을 두고 개학을 두 주나 미루려고 한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지난 시간에 9장 마지막 절과 10장 1절에서 작은 우매가 아주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마무리했습니다. 죽은 파리가 향유 전체를 악취나게 하듯 작은 우매가 지혜와 존귀를 난처하게 만들고 선을 무너지게 만든다고 했습니다. 만약 생수 20리터들이 한 통에 병균으로 오염된 피 한 방울이 떨어졌다는 걸 알면그 물을 드시겠습니까?”
“아뇨”
“피 한 방울은 보이지도 않는데 마셔도 괜찮지 않을까요?”
“그래도 마시면 안되죠”
“그렇죠? 작은 우매의 영향력이 그 정도입니다. 그 우매의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하나님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착하고, 인품 좋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고상한 사람이라도 하나님을 거부하는 하나의 우매가 그 영혼을 심각한 지경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10장에는 그 우매함에 대해 말합니다. 전도서 10장 2절부터 마지막 20절까지 한 절씩 읽겠습니다”

“읽으면서 어떤 단어가 가장 많이 반복되는지 보셨지요?”
“예, ‘우매한 자’요”
“예, 별로 주의 깊게 읽지 않아도 ‘우매한 자’와 ‘우매’가 많이 나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10장이 세상에 드러난 우매함에 대해 말한다는 거죠. 2절에 ‘지혜자의 마음은 오른쪽에 있고, 우매자의 마음은 왼쪽에 있다’고 합니다. 성경에서 오른쪽과 왼쪽이 단순히 오른쪽과 왼쪽을 가리키는 것이 아닐 때, 오른쪽은 ‘바른’ 것을 말하고 왼쪽은 ‘악하거나 어리석은’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3절에 우매한 자는 ‘동행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우매함을 말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우매합니다. 저는 악하고 어리석은 선택을 합니다’라고 말한다는 게 아니라 이런저런 말로 끊임없이 자신의 우매함을 드러낸다는 의미입니다”

“4절부터 7절은 왕에 의해 행해지는 우매함과 그에 대한 지혜로운 대처방법을 말합니다. 전도자는 신하와 사람들에게 분노를 일으키는 주권자의 허물의 내용을 말하기 전에 4절에서 먼저 지혜로운 대처방법부터 말합니다. 전도자는 ‘너는 네 자리를 떠나지 말라’라고 권면했습니다. 신하는 마땅히 주권자의 원칙이나 명령에 공손히 따라야 합니다. 그러나 국가나 백성을 생각하거나 자신의 인간적인 면을 생각할 때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 홧김이나 자존심 때문에 ‘더러워서 더 이상 못하겠습니다’같은 태도를 보이지 말라는 것입니다. 사극을 봐서 아시겠지만 가끔씩 왕은 신하들을 달아봅니다. 정말 믿을 수 있는 신하인지 테스트해 보는 거죠. 하지만 여기서는 5절에 ‘해 아래에서의 재난’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보아 그냥 우매한 왕의 허물입니다. 그럼에도 섣불리 자기 의에 휘둘려 행동하지 말라고 권면합니다”

“그 아래 6절과 7절에 그 우매함이 나옵니다. ‘우매한 자가 높은 지위를 얻고 부자들이 낮은 지위에 앉는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부자’는 돈 많은 사람이 아니라 신분사회에서 지식과 교양을 갖춘 귀족을 가리킵니다. 다방면의 지식과 경험을 쌓아온 사람이 책임있는 자리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욕심을 위해 왕의 비위나 맞추는 악하고 어리석은 자가 높은 자리에 오르면 나라가 혼란해지고 백성은 고초를 겪게 됩니다. 고대는 사회의 구조가 신분으로 이루어졌고 그 정점에 왕이 있는데, 하루 아침에 노예가 말을 타고 고관들이 노예처럼 땅에 걸어다닌다면 그 나라는 안정을 유지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옛날 고려 무신정권 때를 보면 그 불안함을 알 수 있습니다. 누구든 힘으로 밀어붙이면 최고권력자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그 시대라면 평안할 수가 없는 건 당연합니다”

“8절에 ‘함정을 파는 자’가 나옵니다. 사람이 왜 함정을 팔까요?”
“다른 사람을 빠뜨리려고요”
“다른 사람을 해하든 짐승을 잡으려는 목적이든 대상이 내가 아닌데 바로 자신이 함정에 빠지는 일이 생긴다는 겁니다. 담을 헌다는 건 땅을 더 차지하든, 대치하던 관계가 사라지든 좋은 일인데 뱀에게 물리는 것 같은 일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아래 9절도 마찬가지입니다. 돌을 뜨는 사람이 다친다면 무엇 때문에 다칠까요?”
“돌을 뜨다가 돌이 잘못 쪼개지거나 구르거나 해서 다치겠지요”
“그렇죠. 나무를 쪼개는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이 말은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저는 대통령실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특별한 해를 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면 그 사람들과 얽힐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자기와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나 사람들과는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인간은 자기가 하는 일과 자기와 얽혀 있는 사람들 때문에 몸과 마음이 상하고 심지어 위태로워지는 일까지 생긴다는 겁니다”
“그러네요”

“4절부터 9절까지는 나라를 잘 다스려야 하는 사람이 오히려 우매하게 행하여 나라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자기가 그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당하지 않을 고난을 그 일을 하기 때문에 당하게 되는 모순같은 일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 땅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얼마나 우매하고 모순덩어리 같습니까? 이 땅은 순리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불안하고 소망없는 곳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그러려니 하고 살아가거나 자기 이득을 위해 약삭빠르게 대처합니다. 하나님만 이런 세상을 직시하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해주십니다. 하나님의 시각을 제공하는 책이 성경입니다. 성경을 통해 하나님이 주신 시각은 먼저 세상에 대해 절망하게 합니다. 또한 변치 않는 순리를 진심으로 소망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