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달걀을 삶았다.
어릴 때 삶은 달걀을 먹고 퍽퍽한 노른자 때문에 체한 기억이 있다.
그후로 삶은 달걀을 거의 먹지 않았고, 먹어도 흰자만 먹었다.
난 주로 후라이만 먹었으니 53세가 되도록 내가 달걀을 삶을 일이 없었다.
그런데 후라이를 하려면 일단 식용유를 부어야 한다.
튀긴 음식을 일부러 덜 먹는데, 일부러 식용유를 더 먹을 이유가 없다.
건강을 위해선 삶은 달걀이 좋다는 내용이 요즘 내 귀에 자주 들렸다.
한번 직접 삶아 보기로 했다.
검색해 보니 달걀이 동전만큼 보일 정도로 물을 받고 먼저 물만 끓이란다.
처음부터 달걀을 넣고 같이 끓이면 나중에 껍질과 안쪽 막이 붙어서 잘 까지지 않는다나 뭐래나 아무튼 무슨 부작용이 있다고 한다.
물이 끓어 불 세기를 중불로 줄이고, 달걀을 넣고 숟가락으로 조금씩 굴려줬다.
이건 노른자가 바닥쪽으로 쏠리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다.
반숙은 7분, 완숙은 14분을 끓이라는데 10분에 불을 껐다.
물에 식초와 소금을 넣고 끓이면 껍질이 잘 까진다고 하는데 낮은울타리에 그런 게 없다.
다만 재빨리 찬물에 달걀을 식혔다.
감사하게도 껍질이 잘 까졌고, 반숙도 완숙도 아닌 묘미의 삶은 달걀을 먹었다.
첫 달걀 삶기에 성공했다.
배는 부르고 맘은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