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노는 인내중

‘치노’는 우리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이름이다.
막내가 작년에 중2병을 심하게 앓으며 동생을 낳아주든지 강아지를 키우든지 하자고 해서 강아지를 키우게 됐다.
색깔이 카푸치노 비슷하다고 해서 ‘치노’라고 이름 붙였다.

치노는 이제 1년 4개월 된 천방지축 강아지이다.
집에서도 그렇지만 산책을 나가면 너무 산만하다.
정신없이 뛰기도 했다가 제풀에 지쳐 주저 앉기도 한다.
강아지들을 만나면 반가와서 굳이 다가가 킁킁거리다가 갑자기 큰소리로 왈왈 짖어 좋던 분위기를 깨버린다.
지나가던 사람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기도 다반사이다.

점잖게 주인과 산책하는 개들을 보면 참 부럽다.
여러 번 그 사람들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품위있게 산책할 수 있나요?”
나는 산책의 방법을 물었는데 그쪽은 강아지의 나이를 되묻는다.
“몇 살이에요?”
“1년 조금 넘었는데요”
“그러니 그렇지요. 서너 살 되면 괜찮아져요”
치노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어려서 그런 것이었다.

요즘 치노가 훈련하는 것이 있다.
간식을 주는데 “기다려”라는 말을 하는 동안은 먹지 않고 기다리다가 “먹어”라는 말에 먹는 것이다.
주로 간식을 앞발 앞에 놓지만 어떤 때엔 코 위에, 어떤 때엔 앞발 위에 놓기도 한다.
“기다려”라는 말을 알아듣고 기다리는 강아지가 너무도 기특하다.
물론 기다리는 시간을 오래하지 않는다.
길어야 3초나 될까?
그 짧은 시간을 기다리는 치노가 기특해서 우리 가족은 박수를 치고 환호를 하고 칭찬한다.
여전히 천방지축인데도 말이다.

가끔씩 치노 모습에서 나를 본다.
여전히 좌충우돌하는 내가 잠깐 믿음의 언행을 했을 때 진심으로 기뻐하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그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