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울타리는 무사합니다

밤새 태풍 힌남노가 지나갔다.
아침에 일어나 주변을 보니 나뭇잎은 물론이고 부러진 나뭇가지가 주차장과 도로 위에 나뒹굴고 있었다.
가끔씩 지나가는 차가 있지만 통행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태풍은 지나갔다고 하지만 집을 나섰다가 두려웠다.

1시간 이상 바람이 좀 잦아들기를 기다렸다가 낮은울타리로 향했다.
낮은울타리가 있는 아파트 단지의 길이나 주차장도 부러진 나뭇가지와 나뭇잎으로 엉망이었다.
하지만 다른 피해는 없는 듯 보였다.

긴장된 마음으로 낮은울타리 문을 열었다.
어젯밤 마지막으로 나가면서 꼭꼭 닫은 모든 문들이 여전히 닫혀 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열어봤다.
감사하게도 아무 일도 없었다.

어느 날은 낮은울타리에 들어설 때 너무 고요해서 적막함이 싫을 때가 있다.
그러나 오늘은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 오히려 안심이 됐다.

낮은울타리는 아무 일 없냐고 어젯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문자나 전화를 주신 분들이 있다.
마음 써주시는 한 분 한 분이 모두 감사하다.
“낮은울타리는 무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