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반 전 담임목사를 사임하고 부산에 잠시 내려왔을 때,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다. 고등학교 3년 내내 같은 반을 했던 친구인데, 딱 한 번 나를 따라 당시 내가 다니던 교회당에 온 적이 있다. 집안이 주말에 바쁜 자영업을 하는데 주말이면 가정 일을 도와야 했기 때문에 더 이상 같이 교회에 다니자고 할 수가 없었다. 당연히 집안 분위기는 기독교와 거리가 먼 친구였다.
일반 대학원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간혹 연락을 하기도 했고, 내가 결혼을 하고 첫째를 가졌을 때 동네 단골이라는 횟집에 우리 부부를 데리고 가서 “제수씨, 많이 먹으세요”하며 맛있는 회를 사주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신학대학원에 진학하며 수도권으로 이사하고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다. 여름 휴가 때 부산에 내려오기도 했지만 여름에는 가업을 이어 받은 그 친구가 바쁜 때라 만나자고 하기도 미안했다.
내가 사임한 사실을 알리고 만나자고 했을 때, 친구는 차를 몰고 데리러 왔다. 바닷가 쪽으로 바람을 쐬러 가자고 했다. 서로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야기를 하던 중, 친구가 불쑥 물었다. “신욱아, 나 정말 궁금한 게 있는데. 교회에 헌금하면 목사가 다 가지냐?”
나는 순간 크게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교회 바깥 사람은 정말 교회에 대해서 모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친구에게 설명했다. “목사도 월급 받고 살아. 교회에는 회사의 이사회 비슷한 조직이 있어. 그 조직에서 예산을 세우는데 그 예산에 따라 교회에서는 ‘사례’라고 하는 목사의 월급이 정해지고, 정기적으로 그 예산대로 집행되었는지 감사도 받아” 친구는 내 설명을 듣고 적잖이 놀란 것 같았다. 하기야 간간이 들리는 소문에는 목사가 교회 재정을 전횡하는 이야기가 많으니.
그러나 그런 교회는 구우일모이다. 대부분의 교회는 목사가 마음대로 교회 재정을 사용하지 못한다. 그래야 목사나 교회나 안전하다. 내가 장로교 목사이니 장로교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데, 장로교 헌법에는 교회가 어떤 조직을 두고, 어떻게 재정 관리를 해야 하는지 정해 놓고 있다. 장로교회는 당연히 따라야 옳다.
나도 그동안 교회에서 정해 준 사례를 받았다. 네 아이를 키우면서 당연히 부족했지만 형편이 어려운 성도의 소식을 듣는 입장에서 매달 꼬박꼬박 통장에 들어오는 사례는 참 감사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사례가 없다. 우리 부부는 교회를 설립하고 교회에서 사례를 받을 때까지 서울에서 아파트 보증금으로 돌려 받은 것을 생활비로 쓸 생각을 했다. 다행히(?) 첫째가 군대를 가서 한 명이 줄었지만 그래도 중고대학생이 각각 한 명씩 있다. 적지 않은 살림살이다. 그렇다고 사역을 위축시키고 싶은 마음도 없다.
부산에서 자리를 잡는 동안 나보다 우리 가족을 보는 사람들이 여섯 식구가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지 걱정하고 후원계좌번호를 묻는 분들이 있었다. 좀 민망했다. 선교사님들의 심정이 좀 헤아려졌다. 그래서 홈페이지 초기화면 하단에 후원계좌번호를 게시했다. 질문을 받고 일일이 계좌번호를 가르쳐 드리는 것보다 홈페이지를 보다가 계좌번호까지 보시면 좋고, 혹시 보지 못해 계좌번호를 묻더라도 그냥 “홈페이지에 나와 있습니다”라고 대답하면 좋겠다 싶었다.
1월 20일 홈페이지를 공개하고 우리 부부는 많이 놀랐다. 질문하는 분들을 위해 예의상 한 것이고 사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그날 바로 어떤 분이 송금을 한 것이다. 한 분이지만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이어 하루만에 세 분이 또 송금을 했다. 이젠 감사가 아니라 긴장이 됐다.
처음 후원이란 걸 받는데, 이 어려운 시기에 이 귀한 마음을 그것도 네 분 중 두 분은 전혀 모르는 분이라 후원내용을 잘 정리하고 잘 사용해야 되겠다 생각했다. 일단 후원금은 사역비로 사용하기로 했다. 사람들의 마음을 열고, 그들을 만나는 비용으로 사용하려고 한다. 또 후원액이 100만원이 채워질 때마다 십분의 일은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 전달하기로 했다.
모르는 분에게는 감사를 표할 길 없어 이 자리를 빌어 의외의 후원(사실 모두 의외의 후원이지만)을 해 주신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큰 기대와 격려에 깊이 감사함과 동시에 연약한 우리 가정이 초심을 지켜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린다.